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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문화비평<신줏단지와 죽살이>

송길원칼럼, 죽음을 가까이 하면 가까이 할수록 인생은 신비롭기 그지없다.

무언가를 소중히 다루는 모습을 두고 ‘신줏단지 모시듯 한다.’고 한다. 아이를 금지옥엽 끔찍이 아낄 때도 이 말을 쓴다. 신줏단지는 신주(神主)와 단지(甕)의 합성어다. 신주는 조상신을 의미한다. 단지는 조상신을 상징하는 신체(神體)다. 곧 ‘조상단지’를 뜻한다.

 

신줏단지는 무속신앙의 대명사다. 이미 우리의 일상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그런데도 신줏단지를 소환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오스만 제국의 튀르크 족(族)들은 무슬림답게 터번을 썼다. 두 겹 세 겹의 터번은 계급이나 신분의 상징이 아니었다. 자신의 몸통 크기에 비례한 수의(壽衣)였다. 전쟁이 잦았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 늘 죽음이 눈앞에 와 있었다. 정작 죽음이 찾아왔을 때를 위한 최소한의 배려이자 예의였다.

 

아침에 머리에 터번을 쓰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니 저녁시간 터번을 벗기면서 하루를 살아낸 자신을 향해 얼마나 감사하고 감격했을 것인가? 터번은 그들에게 죽음을 기억하는 장치였다.

입는 수의가 아닌 머리에 이고 다녔던 수의(壽儀)! 오스만 제국이 전 세계로 그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던 비밀병기였다.

 

튀르크만이 아니다. 소설가 ‘백영옥의 말과 글’에 부탄 족(族)의 풍습이 소개된다. 아이가 태어나면 매일 5분, 아이에게 죽음에 대해 속삭인다. 아이는 태어난 순간부터 빛과 어둠, 해와 달처럼 두 가지 상반된 것들이 공존한다는 말을 듣는다.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막 삶을 시작한 아이가 죽음도 삶의 일부라는 걸 무의식중에 받아들이는 이 과정은 오랜 삶의 지혜처럼 느껴진다. 열 달 동안 익숙해진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로 새겨진 진실은 살면서 잊히긴 하겠지만, 결정적 순간에 삶의 유한함이 아이의 통증을 달래고, 살아갈 힘을 줄 것이다. 모든 것에는 죽음 같은 끝이 있기에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역설적 진실 말이다.”

그랬다. 현대판 죽음교육이었다.

 

 

우리에게도 이런 죽음에 대한 기억장치와 죽음교육이 있었다. 신줏단지였다.

신주는 죽은 사람의 위패로 대개 밤나무로 만든다. 밤을 땅에 심으면 그 원래의 모양이 열매를 거둘 때까지 땅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자신의 뿌리, 근본을 기억한다는 의미가 있다. 길이는 여덟치, 폭은 두치 가량이다. 위는 둥글고 아래는 각지게 생겼다. 가장 소중한 자리에 두었다. 아침저녁으로 문안인사를 드렸다. 집안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아뢰기도 하였다.

 

 

신주를 조상으로 인식했기에 집안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은 당연했다. 여기서 탄생된 말이 ‘죽살이’다. ‘살림살이’ ‘처가살이’ 하듯이 죽음과 삶이 한 묶음이었다. 죽음을 멀리하고 기피하는 현대와 달리 죽음을 끌어안고 살았다. 3인칭(그, 그들)의 죽음을 1인칭(나)으로 바꾸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튀르크 족들의 터번, 부탄 족의 5분 풍습, 우리나라의 신줏단지는 현대판 메멘토모리(‘죽음을 기억하라’)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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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가까이 하면 가까이 할수록 인생은 신비롭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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