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계속되는 경제 불황으로 소비 트렌드가 ‘소유’에서 ‘사용’ 중심으로 바뀌면서 국내 렌탈시장이 급성장 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절대적인 소유의 영역으로 알려진 자동차조차 이제는 ‘빌려 쓰는’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렌탈시장 규모는 2012년 4조6000억 원에서 올해 12조 원, 내년에는 18조5000억 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또 기업간 거래(B2B) 렌털 시장까지 합하면 내년에는 전체 규모가 4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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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탈 시장이 급성장하는 이유는 계속되는 경제 불황으로 ‘소유’보다는 ‘사용’에 중점을 두는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렌탈 서비스'가 국내 시장에 자리를 잡으면서 소비자들이 월 납입 방식으로 초기 구입비용을 낮추고 전문가의 지속적인 관리 서비스까지 받는 렌탈 제도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점도 시장 확대에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2조 원 렌탈시장 개척한 웅진코웨이
12조 원대 규모까지 성장한 국내 렌탈시장의 시초는 웅진코웨이의 정수기 렌탈 사업이다. 웅진코웨이는 1998년 4월 외환위기 속에서 업계 최초로 제품을 빌려주고, 주기적으로 관리해주는 ‘한국형 렌탈 시스템’을 도입했다. 당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굵직한 기업들이 국제통화기금(IMF) 로 줄줄이 쓰러지는 것을 보면서 ‘정수기, 팔지 못하면 빌려주기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웅진코웨이를 세워 국내 1위 가전렌탈회사로 키웠다.
당시 웅진코웨이가 내놓은 렌탈 시스템은 소비자들에게 정수기 가격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춰 고가의 정수기가 이제는 필수 가전의 하나로 자리 잡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후 웅진코웨이는 정수기뿐만 아니라 공기청정기, 비데, 매트리스 등 다양한 제품으로 렌탈 품목을 꾸준히 늘렸다. 웅진코웨이는 지난해 기준 약 700만 명이 렌탈 가입자가 돼 현재 렌탈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렌탈을 처음 시작했던 1998년 총 계정수가 약 5만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30여년 만에 렌탈 규모가 무려 120 배 가량 성장한 것이다. 이러한 급격한 성장세에 힘입어 웅진코웨이의 지난 1분기 실적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5%, 2.9% 성장한 7093억 원과 1352억 원을 기록했다.
SK매직의 괄목할 성과
지난해 기준 누적 렌탈 계정 수 154만으로 업계 2위를 거머쥔 SK매직은 지난 2015년 세계에서 최초로 출시한 냉‧온수 모두 직수로 나오는 슈퍼 정수기를 선보여 정수기 렌탈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SK매직은 이와 함께 국내 최초로 움직임을 감지해 청정이 가능한 모션 공기 청정기와 도기 버블 비데 등으로 시장 지위를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사업에 힘입어 SK매직은 올 1분기 매출 1809억, 영업이익 154억원을 올려 지난해 대비 각각 22%, 156% 오른 실적을 기록했다.
SK매직은 내년까지 매출 1조 원, 누적계정 300만 대를 달성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1993년 설립돼 지난해 사업매출액 3751억 원을 달성한 청호나이스는 현재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연수기, 제습기 등 품목들을 앞세워 고객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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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문화 확산, 렌탈사업 뛰어든 자동차 업계
끝없이 몸집을 키워오던 국내 렌탈시장은 급기야 지금껏 성역으로 여겨졌던 자동차시장까지 진출하게 됐다. 20~30대 젊은이 사이에서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기존 차를 팔아 수익을 내던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 공유 사업에 새롭게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기존 차량 공유 업체들은 1회성 공유에서 벗어나 한 달 이상 장기 공유하는 서비스 상품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제네시스 스펙트럼'과 '현대 셀렉션'이란 차량 렌탈 프로그램을 내놓고 각각 50명 한정으로 신청자를 모집해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대 셀렉션의 경우 월 72만 원만 내면 쏘나타·투싼·벨로스터를 바꿔 이용할 수 있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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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역시 조만간 차량 렌탈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렌터카, 쏘카 등 기존 렌트·공유 업체들도 차량을 1회성으로 공유하는 기존 방식을 넘어 새차를 장기 공유하는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롯데렌탈은 지난 13일 월 최저 49만원부터 시작하는 신차 구독 서비스 '오토체인지'를 시범으로 내놨다. 롯데렌탈 등에 따르면 ‘오토체인지’는 준중형(아반떼·K3·크루즈·SM3 등), 중형(쏘나타·K5·말리부·SM6 등), 대형(그랜저·K7·임팔라·SM7 등), 수입차(아우디 A6·BMW 520d·벤츠 E클래스) 프로그램으로 나눠 같은 차급에서 3개월간 차 3대를 타볼 수 있는 서비스다. 최대 한 달간 상위 차급을 타보는 것도 가능해졌다.
렌탈업계 관계자는 “제품을 빌려주고, 주기적으로 관리해주는 개념이 최근 전 세계적인 트렌드인 공유경제(sharing economy), ,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와 맞아 떨어지면서 미래 성장에 대한 전망도 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