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업뿐 아니라 공공기관도 ‘먹고 마시는’ 송년회가 아닌 봉사활동, 기부 등 사회공헌 형식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곳이 늘고 있다. 종로구청이 대표적 사례. 종로구청은 지난 2013년부터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 있는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점심 배식봉사로 간부 송년회를 대신하고 있다. 18일 오전 11시 김영종 종로구청장을 비롯한 11명의 간부는 일찌감치 복지관에 도착해 앞치마와 장갑을 끼고 노인들을 맞았다. ‘국 담당’을 맡은 김 구청장은 식판에 미역국을 담으며 “올 한 해 고생 많으셨다”는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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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청의 이색 송년회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실직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됐다는 김인택(73) 씨는 “매년 연말마다 종로구청 간부들이 이곳을 찾아 배식봉사를 하고 있다”며 “어려운 사람들을 돌아보는 것으로 송년회를 보낸다고 하니 우리도 기분이 좋고 간부들도 뿌듯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종로구청이 5년 전부터 봉사활동으로 간부 송년회를 대체하기로 한 데엔 “공직자로서 연말을 검소하게 보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김 구청장은 “저녁에 술 한잔하는 것보다 봉사활동으로 뜻깊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기업의 송년회 문화도 바뀌고 있다. 강원랜드의 머신사업팀은 강원 정선군 일대에서 홀로 지내는 노인들을 찾아 핫팩과 양말 등 방한용품을 전달하고 있다. 구매계약팀 또한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해 파스타, 돈가스 등 간식을 함께 만들어 나눠 먹는 봉사활동으로 송년회를 대신하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는 “1차에서, 1가지 술로, 9시 이전에 끝내자”는 ‘문화회식 프로젝트 119’ 캠페인을 진행해 가벼운 송년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