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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판문점에서 전격적으로 성사된 남북미 정상의 회동은 그 자체로 '역사'가 됐다. 세계사적으로 마지막 남은 냉전의 화약고이자 남북 분단의 상징이 된 이 곳에서 세 정상은 그야말로 각본없는 드라마를 연출하며 세계사를 새로 써내려갔다. 세 정상은 외교 프로토콜을 과감히 무시한 채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라는 화두에 몰두하며 분(分) 단위로 숨가쁜 행보를 이어갔다.
판문점이 본격적으로 분주해지기 시작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회담 중이던 오후 12시15분께부터.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등 북측 관계자들이 동선을 확인하며 바삐 움직였고, 북측 관계자 10명가량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자유의집에 입장했다.
미국 측 관계자들도 윤건영 청와대 상황실장 등과 함께 동선과 일정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DMZ OP 오울렛 초소와 캠프 보니파스 방문을 마치고 판문점으로 향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30일 오후DMZ내 오울렛 초소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문, 북한땅을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http://www.scjournal.kr/data/photos/20190626/art_15618983269078_ca5ca9.jpg)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3시44분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문을 열고 군사분계선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신중하게 걸음을 내디딘 그는 1분 뒤 3시45분 드디어 김 위원장과 마주했다. "내가 넘어가길 바라나. 그렇게 되면 영광"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김 위원장이 동의하면서 두 정상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향했다. '사상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은 미국 대통령'이 된 트럼프 대통령은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북측 판문각 앞에서는 미소를 띤 채 김 위원장과 4초간 악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념사진을 찍은 뒤 1분 만에 김 위원장과 함께 남측으로 넘어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5분가량 대화를 나눈 뒤 오후 3시51분에는 문 대통령이 합류해 '남북미 3자 회동'이 성사됐다. 남북미 정상은 환한 미소와 함께 악수를 주고받고, 둥그렇게 모여 대화를 나눴다. 파란 넥타이에 태극기 배지를 한 문 대통령과 빨간 넥타이에 성조기 배지를 한 트럼프 대통령이 '패션 대비'를 이루는 가운데, 김 위원장은 배지 없이 검은 인민복을 입고 등장했다.
3분 정도 환담을 한 세 정상이 자유의집으로 들어가는 도중에는 취재진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이다 포토라인이 무너지며 소란이 일어났다. 접근을 막으려는 경호원과 역사적 현장을 담으려는 취재진이 뒤엉키면서 현장은 잠시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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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아주 특별한 순간"(트럼프 대통령),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것"(김 위원장)이라고 서로 반가움을 표시하며 오후 3시59분부터 단독회담에 돌입했다. 애초 2∼4분가량 짧은 만남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두 정상은 예상을 깨고 53분 동안 머리를 맞대고 사실상의 3차 북미정상회담을 했다.
오후 4시52분, 단독 회동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별도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문 대통령은 함께 자유의집을 나섰다. 세 정상 모두 회동결과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밝고 환한 표정이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까지 함께 걸어가 김 위원장을 배웅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이후 한미정상은 다시 자유의집으로 돌아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예정된 일정보다 상당히 늦어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만남은 아주 긍정적인 일이었고 전 세계적으로도 좋은 일이다. 김 위원장과 저는 상당히 거친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굉장히 좋은 관계"라며 적극적으로 질문에 답변했다.
오후 5시10분,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의집 앞에서 대기 중이던 차량에 탑승하려다 다시 문 대통령에게 걸어와 1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웃는 얼굴로 대화를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그제야 차량에 올라 손을 흔들며 판문점을 떠났고, 문 대통령도 3분 뒤 판문점에서 출발하면서 남북미 정상의 만남은 마무리됐다. [출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