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에 청주에 있는 업체에 일을 의뢰할 게 있어서 아침 일찍 서둘러서 부리나케 내려가고 있는데 9시반 넘어서 “일을 못하겠다”고 전화가 왔다.
새벽부터 서둘러서 150km에 달하는 길을 운전하면서 목적지에 거의 다 왔는데, 약속시간 얼마 남기지 않고 못하겠다고 하니 조금 열을 받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해서 일단은 만나자고 해서 청주에 있는 모 카페에서 10시30분에 우리 회사 현장직원과 함께 만났다.
현장직원은 자기가 소개해준 사람이라, 내 앞에선 안절부절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속에서는 살짝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는데 그 업체 분이 몇가지 합리적인 이유를 대주시니 열은 가라앉았지만, 나는 내가 의뢰하려고 했던 일이 빨리 처리가 되어야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가 있기에 이 분이 우리 일을 안 맡아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머리가 지끈지끈하였다.
대략 30분간 의미없는 이야기를 하다가 그 분과 헤어지고, 현장직원과 머리를 감싸매며 같이 토론을 하다가 우리가 하려는 일을 맡아줄 사람을 겨우 찾아내어 연락을 했더니 골프를 치고 있다는 것이다.
청주 인근의 골프장에서 치고 있으니 대략 2시에 마치고 청주 사무실로 돌아온다고 해서 시간도 많이 남고 해서 뼈해장국집에 가서 점심 먹고 인근 당구장에서 1시간30분 동안 당구 치고 커피숍에서 커피 마시는 등 그렇게 시간을 때우다가 2시에 그 사무실로 갔더니 아직 오시지 않고 3시쯤 되어서 등장하셨다.
대략적인 개요를 설명하고, 정말 급하니 잘좀 처리해달라 부탁을 했는데, 견적은 1천만 원이라고 해서 바로 하자고 했다(원래 하기로 한 업체보다 300만 원 비쌈). 원래는 2주 걸릴 일이었지만 우리가 하도 사정사정을 해서 이번주까지 완성해준다고 해서 자금 담당 임원에게 계약금 명목으로 바로 500만 원 쏘라고 하고 올라왔다.
이 세상에는 완벽한 게 없다. 이런 단순한 일도 갑작스럽게 펑크가 나는 게 많다. 그래서 으레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라고 인정을 해버리고 사건/사고가 벌어지면 의연하게 대처하는 법도 스스로 터득을 해야 한다.
오늘도 참을忍자를 마음속에 새긴다. 속이 더부룩한 것을 보니 사리가 많이 생기나 보다. (글: Ivy Lee) [출처 : 제3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