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족이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법적인 연고자가 없는 이들이 무연고자가 되어 외롭게 세상과 이별하는 아픈 현실을 바꾸기 위해 ‘가족 대신 장례’, ‘내 뜻대로의 장례’가 정착될 수 있도록 많은 관계자들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업무담당자들이 이런 지침에 대해 모르거나 설명을 해주지 않는 등 장례가 절실한 이들을 위한 행정집행을 피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무연고 장례를 통해 접하고 있습니다.
좋은 제도가 제대로 운영이 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에 관한 정보들에 관심을 갖고 공론화시켜야 할 것입니다.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절망’이 될 수 있기에 더욱 그것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서로 고아로 만난 인연, 친구의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
무연고 사망자 ㄴ님은 1962년생으로 지난 6월 말 서울시의 한 요양병원에서 심폐부전으로 사망했습니다. 연고자를 알 수 상황이라 무연고자로 확정되었고, 7월 중순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장례를 치렀습니다.
장례에 참석한 남성분은 장례 시작 전에 공영장례 전용빈소에 마련된 제단에 향을 피우고 술 한 잔을 올렸습니다. “10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어요. 서로 고아라는 공통점이 있었죠. 저는 서울, 친구는 부산에 있는 고아원에서 자랐어요.”
ㄴ님이 사망하기 두 달 전 친구분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자신은 결혼해서 살고 있지만 혼자 지내는 친구가 안쓰러워 따뜻한 밥 한 끼 먹여주고 싶은 마음에 친구분은 ㄴ님을 초대했고, 식사 후 술 한 잔을 기울이며 “너 죽으면 내가 장례 치러줄 테니 걱정하지 마.”라며 ㄴ님과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나고 제단 위의 위패 속 ㄴ님의 이름을 마주한 친구분은 망연자실했습니다. 자신이 했던 말 때문에 친구가 죽은 건 아닌지, 장례를 해주겠다고 말해놓고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자책과 미안함으로 친구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했습니다.
친구의 사망소식을 듣고 지자체 담당자에게 장례에 관해서 문의했을 때 친구분은 연고자가 아니기 때문에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절망하고 말았습니다. 장례를 치르는 내내 친구의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종교자원활동자 한 분이 “공영장례로 친구분의 장례를 치르는 겁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이 모두 한 마음으로 친구분의 명복을 빌어주잖아요.”라며 위로의 말을 건넸습니다.
나눔과나눔은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연고자가 아니더라도 “가족 대신 장례”를 원하면 치를 수 있는 지침을 마련했다는 이야기를 전했고, 친구분은 지자체 담당자로부터 “연고자가 아니라 장례를 치를 수 없다.”라는 말을 듣지 않았더라면 방법을 찾았을 거라며 애통해 했습니다.
<이 글은 나눔과나눔 활동을 지지하는 부용구 활동가가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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