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사회적으로 고립·은둔상태에 있는 만 13∼39세 청년이 최대 13만명으로 추산됐다. 취업난과 심리적 어려움이 이들을 고립·은둔 상태로 몰고 간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5∼12월 전국 최초로 시행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시는 최근 한 달 내 직업·구직활동이 없는 청년 중 정서적·물리적 고립 상태가 6개월 이상 유지된 경우를 고립청년, 이 중 외출을 거의 하지 않고 집에서만 생활한 지 최소 6개월이 된 경우는 은둔청년으로 정의했다.
조사는 서울에 사는 만 19∼39세 청년 표본 5천221가구와 청년 5천51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실제 고립·은둔 생활을 하는 당사자와 지원기관 실무자 심층 조사가 병행됐다.
조사 결과 서울 청년 중 고립·은둔 비율은 4.5%로 추정됐다. 이를 서울시 인구에 적용하면 최대 12만9천명, 전국 단위로 넓히면 약 61만명에 이른다.
고립·은둔생활을 하게 된 계기로는 가장 많은 45.5%(중복응답)가 '실직 또는 취업에 어려움'을 꼽았다. '심리적·정신적 어려움'(40.9%),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움'(40.3%)이 뒤를 이었다.
고립·은둔청년은 성인기 이전에는 '가족 중 누군가가 정서적으로 힘들었던 경험'(62.1%), '집안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진 경험'(57.8%),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했던 경험'(57.2%)이 있었다고 밝혔다.
성인기 이후에는 주로 취업 실패를 경험했다. 응답자의 64.6%는 원하던 시기에 취업을 못했다고 답했고, 60.7%는 원했던 직장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했다.
고립·은둔 생활 지속 기간은 '1년 이상∼3년 미만' 28.1%, '3년 이상∼5년 미만' 16.7%, '10년 이상' 11.5% 순이었다.
고립·은둔청년 중 본인 가구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보통보다 낮다'고 응답한 비율이 64.7%였다. 이는 일반 청년의 31.4%보다 배 이상 높은 수치다.
고립·은둔청년의 43.2%는 자신의 신체적 건강 상태에 대해 '나쁘다'고 답변했다. 일반청년(14.2%)의 3배 수준이다.
또한 고립·은둔청년 18.5%는 정신건강 관련 약물을 복용한다고 밝혔다.
고립·은둔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55.7%가 '그렇다'고 답했다.
43.0%는 실제로 벗어나기 위한 시도를 해본 것으로 조사됐다. 고립·은둔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로는 '취미활동'(31.1%), '일이나 공부'(22.0%), '병원 진단·치료'(15.4%), '심리상담'(10.2%)을 들었다.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는 '경제적 지원'(57.2%)'을 꼽았다. 이어 '취미·운동 등의 활동'(44.7%), '일자리나 공부 기회'(42.0%), '심리상담'(36.8%) 등의 답변이 나왔다.
고립·은둔청년 자녀를 둔 가족은 '고립과 은둔에 대한 이해 프로그램'(22.4%), '부모와 자식 간 가족 상담'(22.1%)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시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립·은둔 청년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프로그램 등을 기획해 제공할 방침이다.
대학 전문병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금까지 단순 상담에 의존했던 고립·은둔청년 지원사업을 과학화하고 체계화된 형태로 확장한다. 또 고립·은둔청년을 종합적으로 살필 수 있는 '(가칭) 마음건강 비전센터'를 운영한다.
이를 포함한 구체적인 지원계획은 올해 3월 중 마련해 시행한다.
김철희 서울시 미래청년기획단장은 "고립·은둔청년이 실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그들이 다시 사회로 나와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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