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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성공수기] 신뢰가 쌓이면 기회가 온다

전역을 한 달 남겨두었을 때 일이다. 이모부가 지방 일정으로 집에 와 있었다. 그는 모 기업 회장으로 전남 도청에서 중국 바이어들과 미팅이 있었다. 제대 후 별다른 대책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모부나 따라가서 뭐라도 보고 들으면 지금보다는 낫겠지 싶어 동행을 자처했다. 말 한마디 섞기 어려운 이모부에게 무슨 용기가 나서 그런 제안을 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이모부는 흔쾌히 허락했다. 도청 앞에는 검은색 세단이 긴 행렬을 이루고 있었다. 의전을 받으며 내리는 너덧 명의 사람은 모두 중국인이었다. 수행원들만 50여 명쯤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날 통역을 듣는 인이어에 의존한 채 2시간의 긴 회의를 참관했다. 현장의 포스에 짓눌려 숨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참관 말고 참여하고 싶다는 욕구가 치솟았다. 전역하자마자 중국어학원부터 등록한 이유다.


공대생, 무역에 매력을 느끼다

 

 휴학하고 중국의 작은 도시인 황산으로 어학연수를 갔다. 외국인이 몇 안 되는 작은 학교여서 공부에만 집중 할 수 있었다. 1년 후 광주대학교로 복학했지만, 다시 교환학생을 신청해서 중국 서안으로 갔다. 문화를 이해하기엔 시간이 부족해서였다.


 나는 인턴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동기들이 귀국하던 시점에도 중국에 남아있었다. 그때 우리 학교 학생들이 ‘2018 베이징 선물박람회’에 참여하기 위해 중국으로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선배의 제안으로 당시 통역을 도왔는데 그날 GTEP과 처음 만났다. 베이징박람회 일정은 정신없고 힘들었지만 고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마지막 날 이야기를 나누게 된 중국 사업가 카이예(野) 씨가 나에게 물어봤다. “무역이 쉽지 않지만 하다 보니 재밌지?”


 나는 무역이라는 단어가 생소했다. 무역은 뭔가 대단한 사람이 대단한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무역?”이라고 되묻는 나에게 그는 “네가 지금 하는 일”이라고 말했을 때까진. 그는 서두르지 않고 나의 대답을 기다렸다. 가슴 속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공대생이었던 나는 복학 후 국제물류무역학과로 전과 신청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지역특화 청년무역전문가 양성사업(GTEP)에 참가하여 학생 본부장으로서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무역회사 창업의 밑거름이 된 GTEP

 

 GTEP에서 약 10개월 동안 배운 실무 위주의 교육은 내 생에 가장 많은 것을 안겨주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논쟁으로 카페로 자리를 옮겨가며 했던 밤샘 회의, 팀원들과 수출할만한 제품을 조달하기 위해 뛰어다닌 광활한 하남공단, 우리가 제시한 수출전략을 번번이 퇴짜 놓는 기업들, 겪을 땐 비극이었지만 돌이켜 보니 희극이었던 순간들은 내 생에 다시 없을 드라마 같았다.


 실패를 통해 나만의 방식을 터득해가던 시간, GTEP사업단의 업체 관계자들의 조언, 광주대학교 국제물류무역학과에서 배운 이론, 광주대 창업지원단의 멘토링과 컨설팅은 내 동력의 윤활유 역할을 했다. 2018년 5월 23일 ‘오투스퀘어’라는 이름으로 내가 무역·유통회사를 창업할 수 있었던 이유다.
 ‘오투스퀘어’의 안정적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 알리바바 사이트에서 제품을 선별해 물건을 가져 왔다. 이는 GTEP사업단에서 배웠던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오투스퀘어’만의 유통 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발 닿는 곳까지 뛰고 또 뛰었다. 그렇게 ‘캐시카우’인 중국의 마킹기를 국내에 유통하기 시작했다. 나의 첫 번째 아이템이었다.

 

신뢰는 나의 힘

 

 ‘If people like you, they'll listen to you, but if they trust you, they'll do business with you’(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한다면 당신의 말을 들을 테지만, 사람들이 당신을 믿는다면 당신과 거래를 할 것이다)


 두 번째 아이템으로 눈여겨보던 제품은 제법 가까이 있었다. 아이템을 소싱하기 위해 하남공단에서 만났던 업체였다. 직접 찾아가 수출을 제안했지만 업체가 준비가 덜 됐다며 고사했다. 해당 업체는 제조·가공을 기반으로 한 회사로 영업 인력이 없어 국내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45일 만에 찾아가 이번에는 국내 판권을 달라고 제안했다.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지만 나는 가격과 품질 면에서 분명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시 찾아갔다.


 두 번째 찾아갔을 땐 제품에 대한 SWOT 분석을 보여줬다. 세 번째 찾아갔을 땐 고객 D/B를 그 다음엔 판매전략과 예상 매출액, 순 이익액, 자사의 고객 DB 데이터를 가져갔다. 일곱 번째 찾아갔을 때 업체가 나에게 서류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다음 주 미팅 전까지 계약서를 검토해보고 오세요.”
 계약 4개월 만에 해당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약 902%(11월 14일 기준) 증가했다. 10월 판매량은 계약 첫 달과 비교해 1,150% 증가했다.

 

기업가로서의 새로운 도약

 

 나는 이제 겨우 무역에 대한 기초를 배워가는 중이다. GTEP 수업시간에 배운 해외 B2B사이트에서 소싱할 물건을 찾고 관세와 인코텀즈에 따라 매입금을 예상했다. 그리고 지금은 멘토가 된 몇몇 무역아카데미 강사님들에게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토대로 시장조사와 판매가격을 산정해 중소벤처기업본부와 트레이드코리아(tradeKorea)에서 제공하는 국내업체 데이터를 활용하여 고객 D/B도 만들었다.


 믿음직하고 든든한 파트너도 GTEP 12기에서 찾았다. 진로결정에서 창업까지 GTEP에서 참 많이 배웠다. 훌륭하신 대표님들과 교수님들 그리고 광주대학교 GTEP사업단 12기 요원들까지 소중한 인연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 3개월 후면 GTEP 활동도 끝난다. 아쉽기도 하지만 끝이 있어야 새로운 시작도 있다는 것을 안다. 앞으로 GTEP에서 대한민국의 무역 엘리트들이 얼마나 많이 배출될까 기대가 된다.


 최근 몇 개월간 느낀 것은 제품과 기술력은 좋지만, 국내 판로를 뚫지 못해 애를 먹는 중소기업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들과의 동반성장이 기업가로서 나의 목표다. 현재 나는 한 개의 아이템을 일본에 수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학생이 아닌 GTEP 협력업체로서 새로운 도약이 시작되는 것이다.2018.12.12(글 : 광주대학교 GTEP_표성용 대학생)                               [출처 : 한국무역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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