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소득 하위 70%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최대 100만원을 지급한다. 이를 위해 7조1천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해 다음달 안에 국회에서 처리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지방정부에서 분담하는 2조원을 합쳐서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규모는 모두 9조1천억원이 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제3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이런 내용 등을 담은 긴급재난지원금 도입 방안을 확정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회의 브리핑에서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소요 규모는 9조1천억원 수준이며, 이중 정부 (2차) 추경 규모는 약 7조1천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전체 가구 중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1천400만 가구에 대해 가구원 수별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 1인 가구는 40만원, 2인 가구는 60만원, 3인 가구는 80만원을 각각 지급하며, 4인 이상 가구는 100만원을 지급한다. 지급방식은 지자체에서 활용중인 지역사랑상품권이나 전자화페 등이 된다.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소득수준은 우리나라 전체 가구를 소득순으로 일렬로 줄세웠을 때 가구원수별 하위 70%에 해당하는 가구의 소득이다. 정부는 추후 가구원수 별 소득 경곗값을 정해 별도로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중위소득 150% 초과 가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9.1%인 점을 감안하면, 소득 하위 70%는 중위소득 150% 이내로 수렴할 가능성이 크다. 중위소득 150%는 1인가구 기준 264만원, 2인가구는 449만원, 3인가구는 581만원, 4인가구는 712만원 수준이다.
긴급재난지원금 총 소요 재원은 9조1천억원이다. 정부는 2차 추경을 통해 7조1천억원을 조달하고, 지방정부에서 2조원을 마련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협업 차원에서 8 대 2로 지원키로 한 것이다. 다만 서울의 경우 분담 비율이 다를 수 있다.
정부는 7조1천억원에 달하는 추경 재원 대부분을 예산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다. 여건 변화로 집행 부진이 예상되는 사업과 절감 가능한 사업을 중심으로 최대한 감액을 할 계획이다. 국고채 이자상환 절감분과 유류가격 하락으로 인한 절감분, 코로나19 사태로 1분기에 사업이 진행되지 않은 국방·의료급여·환경·농어촌·사회간접자본(SOC) 사업비 등을 삭감한다.
정부는 2차 추경안을 긴급재난지원금 단일사업으로 최대한 조속히 마련한 이후 원포인트 추경안으로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총선 직후인 4월 중으로 추경안이 국회에서 처리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홍 부총리는 "(지원금) 재원은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충당할 계획이나 만약 부족하면 부분적으로 적자국채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1차 추경 편성에 따라 소비쿠폰을 지급받는 기초생활수급 가구와 법정 차상위가구 168만7천가구에도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은 지급된다. 이들은 가구원수에 따라 월 10만∼35만원씩 4개월분, 4인가구 기준 최대 140만원을 지급받는다. 이에 따라 만 7세 미만 아동이 2명인 4인 가구가 생계·의료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 이번 긴급재난지원금까지 지급받는다면 최대 지급액은 320만원에 달하게 된다.
경제단체 "긴급재난지원금, 국민생계·고용유지·소비진작 도움" 환영
경제단체들은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은 국민의 생계와 고용 유지, 소비 진작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환영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30일 정부가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소득 하위 70% 가구에 대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취약계층, 자영업자,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 국민의 생계와 고용 유지는 물론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돼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활기를 띠기를 기대한다"면서 "협회는 '포스트 코로나19'에 대비해 수출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코로나 사태가 실물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
수출 회복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내수와 소비 진작이 필요하다"라면서 이같이 분석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국채 발행과 한국은행의 양적 완화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한국경제를 회복하고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좋은 효과가 나타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