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일본 검색 시장에 재진출한다. 내년 초 네이버 일본 자회사 라인과 '야후재팬' 운영사 Z홀딩스의 경영통합으로 일본 시장 진출 발판이 만들어진 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김상범 네이버 검색 책임리더는 25일 온라인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2020'에서 "일본에서 검색 서비스를 다시 선보일 것"이라며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라는 든든한 기반이 있고 야후재팬과 협력해 일본 검색 서비스 노하우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일본 검색시장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000년 네이버는 일본 도쿄에 현지법인 네이버재팬을 설립하고 검색 중심의 일본어 포털서비스를 선보였으나, 5년 만에 철수했다.
단순 디렉토리·웹사이트 검색에 머물러 있던 일본 검색 시장에 이용자 의도에 맞게 검색어 관련 정보까지 함께 보여주는 한국형 통합 검색 엔진 '넥서치'를 내세워 차별화하고자 했지만 야후재팬과 구글의 벽에 부딪힌 것이다.
이후 네이버는 2007년 11월 다시 일본법인을 설립하고 일본 시장에 재진출했다. 한국에서 네이버를 성장시키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던 '지식인'을 현지화해 '마토메(정리)' 서비스를 선보이고, 일본 포털사이트 '라이브도어'를 인수해 점유율 확대에 나섰지만 2013년 또다시 서비스를 중단했다.
라인은 네이버가 사실상 일본 검색 시장에 백기투항하던 시점에 나온 서비스다. 현재 일본 최대 메신저로 성장해 네이버의 일본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올 상반기 일본 내 라인 월간순이용자(MAU)는 8천400만명으로 트위터(4천500만명)의 두 배 수준이다. 인스타그램(3천300만명)·페이스북(2천600만명)과도 격차가 크다.
김 책임리더는 "과거 일본에 진출했을 땐 경험과 기반이 없어 어려웠다"며 "지금은 그때보다 엔지니어 수만 8배 이상 늘어 검색 핵심 기술이 강화된 데다, 네이버랩스 유럽연구소와도 중장기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파워가 몇 배나 세진만큼 꼭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의 이번 세 번째 도전에 발전한 검색 기술력과 더불어 일본 자회사 라인과 야후재팬의 경영 통합이라는 ‘신무기’를 장착했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라인과 야후 재팬을 지배하는 지주회사 ‘A홀딩스’의 초대 회장에 선임돼 세 번째 도전을 진두지휘한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월 두 회사의 통합을 승인했고, 내년 3월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김 책임리더는 “과거에는 (일본 검색 서비스에) 경험도 기반도 없었지만, 이번에는 국민 메신저 라인이라는 든든한 기반이 있다”며 “야후재팬과 협력해 일본 시장에서의 검색 노하우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본에서 라인은 점유율 1위 메신저이지만 검색 시장의 경우 구글이 60% 이상을 과점하고 있다. 최대 라이벌인 야후가 네이버 품 안으로 들어오면서 네이버가 구글에 대항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만약 검색 분야에서 네이버가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 광고는 물론 커머스, 콘텐츠, 기술 확산 등 다양한 사업들과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과거의 경쟁자였던 야후재팬이 내년 초 라인과 경영을 통합하는 만큼, 이번엔 우군이다. 하지만 네이버는 일본 진출 시점과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네이버의 일본 재도전 성공으로 국내 네이버 우군들에게는 또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아직은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