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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조사비 문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세금 아닌데 양해없이 일방적으로 공제 불만

인천의 한 제조업체에 다니는 한모(36)씨는 이맘때면 월급이 평소보다 더 쪼그라든다. 이 회사는 사내 구성원에게 지급하는 경조사비를 동료 직원 월급에서 공제하는 탓에 결혼식이 몰린 봄가을에는 떼는 금액이 더 크기 때문이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명단을 돌려 이름과 함께 자신이 낼 경조사비 액수를 받은 뒤 회사가 월급에서 공제하는 방식이다. 분위기상 '나 홀로 안내겠다'고 의사를 표현하기는 힘들기에 사실상 반강제적이다. 한씨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회람 일부를 공개하며 "내가 얼마나 냈는지 옆 동료가 훤히 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액수를 평균 이상은 써내야 한다"며 "직원이 100여명인데 결혼식, 장례식, 돌잔치, 환갑잔치까지 챙기다 보면 월급에서 10만원이 훌쩍 넘게 공제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한씨처럼 경조사비 자동 공제 방식을 취하고 있는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동의를 거치지 않는 경우도 있을뿐더러, 회사 분위기상 '내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힘들다. 친분을 떠나 모든 직원을 다 챙겨야 하는 만큼 가까운 사이에 축하와 위로를 보낸다는 의미도 퇴색되고, 경제적 부담도 크다. 게다가 요즘은 비혼을 선택하는 이들도 늘고 있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런 불만을 호소하는 글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다.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에서 'jason****'이란 아이디는 "개인 의사를 묻지도 않고 경조사비를 공제시키곤 한다"며 "가까운 동료의 결혼식은 직접 참석해서 어차피 축의금을 전달하는데 굳이 월급에서 공제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월급이 적은 신입사원이나 계약직 사원이 느끼는 부담감은 더 크다.

비정규직 근로자인 B씨는 한국노총 중앙법률원에 경조사비 자동 공제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등 단기 근로자들은 계약 기간이 끝나면 회사를 떠나야 하니 내기만 하고 돌려받기 힘든 게 사실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동의 없는 공제는 임금체불 ?

 

이한노동법률사무소 박청도 노무사는 "4대 보험이나 소득세 등과 달리 경조사비는 단체 협약이나 취업 규칙 등을 통해 근로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면 월급에서 공제해서는 안 된다"며 "이럴 경우 임금체불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근로기준법 제43조 2항에 따르면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전액을 지급해야 하고 제대로 주지 않았을 경우 임금체불에 해당한다. 법령 또는 단체 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임금의 일부 공제가 가능하게 돼 있다.

 

그렇다면 입사 전 이미 노사간 단체 협약 등을 통해 경조사비 공제를 협의했다면 방법은 없을까. 박 노무사는 "근로자 개인이 서면이나 구두를 통해 '경조사비도 안 받고 공제도 원치 않는다'고 사측에 정식으로 요청해야 한다"며 "개인이 나서기 힘들다면 노사협의회에서 정식 안건으로 상정해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 보는 것이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장진영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변호사는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옅어지고 기업 문화가 달라지면서 문제 제기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에 조직원의 동의를 구했고, 공제되는 금액이 적당하다면 상부상조의 의미에서 이런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수도권의 한 일선 경찰서에 근무하는 김모(37)씨는 "임관과 동시에 선배의 권유에 따라 회사 상조회에 가입해 매달 2만원 안팎의 회비가 월급에서 공제된다"며 "이렇게 모인 돈은 순직하는 동료가 생길 때마다 위로금이나 장례식비 등으로 쓰인다"고 말했다. 김씨는 "힘든 일을 겪은 동료와 그의 가족들을 위한다는 취지에 공감하고, 나도 언젠가 도움받을 일이 생길 거라 믿기에 찬성하는 입장이다"라고 덧붙였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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