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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 인터뷰

국가를 위대하게 만드는 힘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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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를 추구하면 정부의 크기는 작아지고 개인의 자유는 확대, 보장된다. 흥미로운 건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극대화된 자유(liberty)가 방종(libertine)을 조장하는 시점이 도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개인들이 더 많은 자유를 누리면 그 자유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파괴하거나(예컨대 마약복용 등을 통해서) 타인의 삶을 해치는 일들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그렇게 되면 결국 그 방종을 ‘제어’하고 ‘중재’한다는 명분으로 정부의 권한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론상’ 순도 100%의 자유주의자들이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좀 다른 결론이 도출될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는 어디까지나 이상이 아닌 현실을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현실에서 최대한의 자유 보장은 어느 정도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부작용은 결국 더 비대한 정부권력의 출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누누히 이야기해왔지만 정부 정책에 관한 한 나는 자유주의자다. 정부 정책에 한정해서 이야기하자면 나는 그 어느 자유주의자 못지 않게 급진적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나는 정부가 모든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형편 없으며, 따라서 현재 정부가 감당하고 있는 역할의 대부분을 민간과 개인에게 이양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역할은 국방과 치안유지, 외교, 그리고 아주 극소수의 예외적인 사회인프라 건설 정도면 충분하다.

 

그런데 ‘작은정부’를 원만하게 작동시키기 위해선 도덕적인 개인들의 존재가 전제조건으로 요구된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복지, 교육 등 여러 영역에서 정부가 초래하는 빈 공간을 자발적으로 메꾸어줄 사회안전망(social fabric)의 중요성 역시 필수불가결해진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도덕’이란 동양적 개념의 “엣헴엣헴” 헛기침하는 도덕이 아니다. 근대적 시민의 소양으로서 civility와 virtue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나는 그 역할을 교회, 성당 등 종교시설이 상당 부분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미국을 건국한 국부 중 한 명인 존 아담스는

 

“Our constitution works only for moral and religious people.

(미국의 헌법은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사람들에게만 적용될 수 있다)”

 

라고 말했다. 이 말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사회 내의 구성원들 간에 합의된 virtue와 civility가 부재한 상황에서 등장하는 작은 정부는 본래 취지와 달리, 결과적으로 더욱더 크고 비대한 정부 권력을 불러들이고 말 것이다.

 

토크빌은 자신의 명저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미국의 예배당 안에서 사람들이 뜨겁게 기도하는 모습을 목격했을 때 비로소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힘의 근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고 회고한 바 있다. 토크빌이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사회안전망(social fabric)’을 언급했을 때 그 개념은 90%이상 미국의 교회를 염두에 뒀던 것이었다. 나는 여느 기독교 목사의 글을 인용하는 것이 아니다. 토크빌이 아무런 근거 없이 종교기관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나는 한국에 만연한 종교 그 자체에 대한 불신 및 회의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다. 아마 한국에서의 ‘종교’란 전통적으로 샤머니즘과 연관된 기복신앙적 요소가 컸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종교란 초월성에 근거해서 이뤄지는 선과 악에 대한 이해와 판단이다.

 

보수주의자들은 정부가 모든 일에 있어서 형편 없고, 따라서 정부의 재량을 축소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반면 자유주의자들은 사회안전망(social fabric)의 현실적 필요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 두 가지가 함께 갈 때 현실에서 유의미한 정책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 Jonathan Lee) [출처:제3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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