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르포 & 인터뷰

맛집 블로그와 혼술 유튜버 - 유성호

 

네이버의 포털 기능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네이버를 포털로 기능하게 했던 핵심 동력 두 가지는 뉴스와 블로그라고 본다.

뉴스도 큐레이션 방식을 변경하면서 약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독점 상태이기 때문에 영향력이 강하다. 하지만 블로그는 유튜브 때문에 거의 벼랑 끝에 몰려있는 상태다.

 

이러한 변화에서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부분은 요식업계이다. 네이버 블로그 시절에는 ‘맛집’이 핵심 키워드 중 하나였다. 한 때 ‘맛집 블로그’라는 말이 보통명사처럼 쓰일 정도로 네이버 블로그 플랫폼에서 맛집 키워드의 파괴력은 어마어마했다. 

 

네이버 블로그 생태계가 파괴되기 시작한 건 정보의 신뢰도가 추락하면서인데, 이 현상은 ‘맛집 블로그’들의 신뢰도 추락과 궤를 같이 한다. 이제 사람들은 블로그 맛집보다는 인스타 채널, 지인 추천, 망고플레이트, 구글지도를 더 신뢰하기 시작했다.

 

시선을 유튜브로 돌리면 이러한 변화는 더 두드러진다. 유튜브의 맛집 채널들은 생각만큼 그 수가 많지 않고, 파급력도 과거의 맛집 블로그들 만큼은 아니다. 맛상무처럼 혼쿡을 끼워 팔지 않으면 성장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오히려 유튜브에서 강세를 보이는 f&b 관련 키워드는 혼술, 가성비 등의 혼쿡에 가깝다. 참피디가 100만을 넘고, 밥굽남도 빠르게 50만을 넘었다. 맛집 키워드가 “마이너하다”고 단정지을 정도는 아니지만, 불과 몇 년 전 블로그 생태계와 비교하면 그 격차가 심하다.


이러한 변화의 이유를 네 가지 정도로 보고 있다. 하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이다. 맛집 블로그는 조리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다. 반면 혼쿡 유튜브는 조리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쿡방은 TV의 고전적인 흥행 콘텐츠 포맷이다.

 

둘은 O2O 플랫폼과 유통의 발전으로 인한 소매 식자재 가격과 진입 장벽 하락이다. 사람들은 이제 네이버 검색만으로 양질의 식자재들을 싼 가격에 소량으로 구입할 수 있다. 그 식자재들을 웬만한 식당 수준으로 맛있게 조리하는 법을 혼쿡 유튜버들에게 배울 수 있다.

 

셋은 요식업 시장의 고정비 상승으로 인한 퀄리티 저하다. 최저임금은 상승했는데 경기는 얼어붙는 바람에 그로 인해 요식업 퀄리티는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비용은 높아지고 손님은 없는데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가 없으니, 전반적인 퀄리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넷은 홈쿡 가전과 수입 맥주 시장의 발전이다. 에어프라이어가 아주 치명적이었다 본다. 편의점 수입 맥주 네 캔에 에어프라이어면 웬만한 호프는 안 가도 된다. 사회적 이유가 아니라 정말 ‘술먹는 것’의 수요를 빨아들이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가전에 둔감한 나도 에어프라이어 산 다음 신세계에서 잘 살고 있다. 그리고 아직은 힙스터 아이템인 홈그릴이 곧 유행할 거라 보는데, 이게 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아무튼 어지간한 레거시가 없는, 쉽게 말해 50대 이상의 단골을 확보하지 못한 요식업 업장은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뭐, 그래도 살아남을 매장은 살아남겠지만 최근 1-2년의 흐름이 요식업계 전체를 힘들게 하는 방향이라 걱정이 많다. 요식업은 원래 겨울이 제일 힘들지만, 긴 겨울이 오는 것 같다.

(글 : 유성호) [출처 : 제3의길]
 

#유튜버 #혼술 #네이버블로그 #요식업 #에어프라이어 #이노벤컨텐츠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