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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칼럼]한국인의 ‘조선족 재인식’, 기류를 타려나

일부 한국 언론의 구태의연한 조선족 비하 추태로 쌓인 불감증 때문인지는 몰라도 가끔 SNS에 뜨는 한국인의 연변(조선족) 덕담 동영상을 시큰둥하게 대해왔던 필자였다.

 

연변의 어느 으슥한 골목가게에서 양꼬치, 순두부, 온면 맛에 완전히 넋을 빼앗긴 한국 ‘미식가’ 백종원씨의 동영상을 봤던 적이 있다. “감동이다, 감동! 어― 좋아라”를 연발하며 연변음식에 몰입하는 백씨의 동영상에 조선족 네티즌들은 의외로 민망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표적인 멋진 음식점을 놔두고 하필 초라한 골목가게를 고른 프로그람 PD의 저의를 꼬집은 것이다. 물론 프로그람 취지에 대한 해명이 뒤따랐지만 ‘초라한 골목가게’가 일부 한국 언론의 빈축거리로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불편한 심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네티즌들의 민감한 반응에 필자 또한 공감되는 바가 없지 않다. 조선족사회가 이성화돼가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일전에 SNS에서 만난 ‘연변덕담타령’은 필자를 사로잡았다. 덕담내용이 날카로와서였는지 아니면 덕담을 펼치는 한국 젊은이의 느긋한 자세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순수함이 몸에 배여있는 조선족에 비기면 한국인은 싸가지가 없어요!”, “한국이 좀 나은 게 뭔데. 임금 정도? 꿈 깨! 조만간 따라잡혀!”, “돈을 벌면 연변에 가 살고 싶어. 왜서? 미래가 보이니깐!”

 

연변에서 보고 느낀 점을 직설적으로 토로하면서 한국 젊은이가 제시한 결론적 키워드는 ‘한국인, 연변(조선족)에 대한 인식을 바꾸라’이다.

말 그대로 연변(조선족)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냉철한 반성과 복합시켜 ‘충격파(波)’의 급수를 높이고 있다. 맹목적인 한국 우월주의에서 파생된 조선족 매도행위를 이제 그만하라고 촉구하고 있어 주목된다. 한국인의 ‘조선족 재인식’이 기류를 타려나.

한국의 다른 한 젊은이가 3년전 조선족 아내와 함께 연변 초행길을 다녀간 후 토로한 고백이 떠오른다. “처음 만난 연길은 충격 자체였다. 한국의 언론이나 영화에 비친 모습이 아니였다. 빌딩이 숲을 이룰 만큼 도시는 너무 발전해있었고 하늘은 푸르고 맑았다.”, “연변에서 느꼈던 충격과 부끄러움 만큼 연변을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조선족 재발견’이라는 양심저술을 기획하려 작심했다.”

 

한국의 편파적인 조선족 비하 여론에 세뇌돼온 것을 부끄러워한 한국 젊은이의 ‘조선족 재발견’론이나 한국 우월주의 망상론에 빠져온 ‘우물 안 개구리’ 의식을 버릴 것을 촉구한 한국 젊은이의 ‘조선족 재인식’론은 모두 냉전사유로 고질화된 한국사회의 삐뚠 시각에 대한 용기 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석자 두께의 얼음은 하루아침 추위에 이루어진 게 아니다. 민족상잔의 피비린 악연과 점철된 반목의 깊은 곬, 그 속에서 파생된 무지와 편견은 반세기를 주름 잡아왔고 거기다 한국 일부 적대세력의 왜곡된 언론플레이로 지금까지도 진행형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안타까움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두 한국 젊은이의 연변(조선족)에 대한 반성과 각성으로 복합된 양심선언이 비정상화된 연변매도여론의 얼음층에 균열을 가하는 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가?

 

‘조선족 재인식’ 기류의 도래는 언론의 건강한 리드를 포석으로 한다. 페쇄된 환경에서 세상을 보는 창(窗)은 언론 한편, 영상 화면 한순간으로 커버될 수 있다. 연변에 대해 생면부지인 한국인들에게 《황해》나 《청년경찰》 같은 왜곡된 영화 한부, 뉴스 언론의 연변 비하 화면과 보도 한편은 여과없이 한국인들한테 ‘연변인상가이드’로 작용된다. 아무리 황당무계한 악성루머라도 주요 언론의 전파나 지면을 타면 얘기가 달라지는 이유이다.

 

 

지난 80년대 초반까지 연변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인간생지옥’이였던 기억을 떠올려본다. ‘남조선’을 료해(이해)할 수 있는 모든 통로가 페쇄된 그 당시 여건에서 어느 해외월간화보 안표지에 시리즈로 실리곤 하던 ‘남조선’의 처참한 사진화면은 끔찍함 그 자체로 받아들여졌었다. 어느 년대의 사진인지는 몰라도 “헐벗고 굶주리는 ‘남조선’ 인민들의 참상”은 액면 그대로 연변사람들 머리 속에 각인되었었다.

 

그런데 그 같은 상황이 오늘과 같은 열린 세상에 한국판으로 재연되는 게 아닌가 싶다. 랭전시대 페쇄된 적대리념공간에서 만들어진 외곡된 ‘연변(조선족)관(观)’이 중한 수교 30년을 바라보는 오늘까지도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악성바이러스로 류포되여있어 마음이 무겁다.

 

‘조선족 재인식’ 기류의 정착은 대승적인 혜안으로 함께 만들어가야 할 사안이다.

우선 한국사회는 ‘조선족’이라는 이 무거운 ‘방정식’을 가벼운 산수문제로 착각하지 말고 리지적이고 명석하게 풀어야 함이 요청된다. 이 방정식은 80만 재한 조선족이라는 어마어마한 군체를 포섭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한 21세기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교두보인 중국조선족공동체와 직결되여있다. 일부 언론에 의해 잘못 끼워진 방정식의 첫 단추를 ‘조선족 재인식’ 차원에서 다시 끼우는 것만이 현명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다음 연변(조선족)도 ‘조선족’이라는 우리 ‘자화상’을 다시 면밀히 뜯어보고 자성해볼 필요가 있다. 연변은 무릉도원이 아니다. 물론 오늘날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면서 동북아의 명주로 부상하고 있는 매력적인 고장이고 조선족도 ‘백의민족’의 순결함으로 국내에서 우러르는 우수한 민족으로 추앙받고 있지만 세계 속의 연변(조선족)으로 도약하는 길은 아직 멀다. 특히 오래동안 중국에서 살아온 재한 조선족 근로자들이 한국사회의 질서와 정서에 익숙하지 않아 불협화음을 초래할 수도 있고 또 극단적인 일부 조선족들의 불량한 행위가 한국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조선족 전체의 이미지를 더럽히고 있음을 좌시할 수 없다. 이 모든 것은 조선족 스스로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다.

 

‘조선족 재인식’을 통해 연변(조선족)에 대한 시각을 바로잡는 것은 한국사회의 몫이지만 조선족을 재인식시키기 위한 노력과 자세는 조선족이 껴안아야 할 몫이다. 우리는 자신감과 더불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지금 이 시각 ‘매력 있는 중국 도시, 신선한 연변’ 방송프로그람이 CCTV-2 채널을 통해 세계로 전파를 타고 있다― 독특한 지리적 위치, 신선한 생태자원, 다양한 민족음식, 활기찬 인문세태, 신명 나는 사물놀이 가락 속에서 자치주 부주장이 춤사위를 날리며 패널과 사회자들과 어울려 만들어가는 흥겨운 향연 한마당… 이 모든 것이 결코 스크린이 아닌 오늘날 조선족 삶의 현주소임을 세상이 피부로 느낄 때 한국의 ‘조선족 재인식’ 기류는 급물살을 탈 것이 아니겠는가?

중국 CCTV무대에서 전세계를 향해 선언한 연변의 ‘슈퍼 가이드’ 박학수 부주장의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연변에 오지 않으면 한평생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연변에 오셨다면 한평생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길림신문/ 채영춘(작가, 언론인)   

 

[출처 : 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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