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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 인터뷰

마스크를 통해 보는 시장경제 원리 -손경모

-가격 올라가면 다들 마스크 쓰고, 몇백원 몇천원 더 내면 불안하지도 않고 다 해피해지잖아
–자유시장에서는 마스크가 사람을 기다리지만 사회주의에서는 사람이 마스크를 기다린다는
-가격은 모든 사람들의 수요와 공급이 완벽하게 반영된 결과. 언어처럼 그냥 완벽한 시스템

 

1. 
전염병이 도는데 마스크 공급이 부족해지는건 당연한 거야. 그러면 너두?나두? 야나두~~하면서 다 같이 마스크를 사겠지? 그러니까 가격은 오르는 거야. 무슨 마스크 공급업자가 사재기를 했니 마니 이런 소릴 할 필요가 없어. 요새 수입수출 못하는 사람이 누가 있어? 초딩들도 직구하는세상인데. 시장에서 매점매석이 일어난다는 건 꿈같은 소리야. 그거는 주식시장을 통째로 통제할 수 있다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런데 실제로 마스크 공급이 부족해서 다들 구경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지? 이게 왜 그랬는지를 알아야 돼. 이거는 정부만 욕할 상황이 아니야. 다들 마스크 가격이 뛰니까 놀라가지고 정부 보고 가격통제를 하라고 난리를 쳤단 말이야. 그러면 공급은 끝장나는 거야.

 

왜냐하면 가격이 올라가니까 마스크 공장에서도 마스크를 많이 팔아먹어야 될 거 아니야. 그러면 밤새 기계도 더 돌려야 되고, 사람들 잔업수당도 더 쳐줘야 되는데 마스크 가격은 못 올려봐. 도대체 어떻게 생산하라는 거야. 너라면 하겠니? 실제로 이번 마스크 대란에서 마스크 공장사장들이 마스크를 생산하지 못했던 이유가, 마스크를 추가로 생산하면 하루에 600만원씩 적자가 난다고 해. 그거 그냥 가격이 올라가면 다들 마스크 쓰고, 몇백원 몇천원 더 내면 불안하지도 않고 다 해피해지잖아. 지금 그거 가격 좀더 오른다고 난리치는 바람에 전부 다 불행해진 거야.

 

사람들이 자꾸 마스크 값 오른다, 마스크 부족하다 이러니까 정부에서도 오락가락하는 거야. 이거 마스크 가격을 못올리게 압박을 해야하는 건지, 냅둬서 물량을 풀게 해야 하는 건지. 이도저도 안되니까 내부에서는 가격통제하고 외부에서 누가 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진 거야.

 

세상에 물자가 부족해지고 어려움이 생기면 좀 기다려봐. 경거망동하지 말고. 사람들은 서로를 돕게 돼 있다니까? 신이 그렇게 살아가도록 만들어뒀어. 또 그렇게 살아가도록 돕고 있고. 우리가 시장이라고 부르는 게 다 그런 거야. 서로서로 도와가는 거야. 돈은 고마우니까 수고비로 서로 주고받는 거라고.

 

뭐든지 가격 비싼 건 욕하면 안돼. 그냥 다른 방법을 찾으면 돼. 언제나 방법은 있으니까. 우리는 시장이 존재하고 잘 유지될 수 있도록만 해주면 돼. 그러면 모든 게 순조로워질 거야.

 

자유시장에서는 마스크가 사람을 기다리지만
사회주의에서는 사람이 마스크를 기다린다.

 

우리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 생각해봐. 그리고 어떤 세상이 우리에게 더 바람직한지도.

 

 

2.

모든 고통에는 의미가 있다. 그것은 그 의미를 깨닫기만 하면 저 멀리 날아가버린다. 이번 코로나 사태도 모두에게 큰 고통을 주고있지만, 우리는 거기서 의미를 읽어야 한다. 인생사 새옹지마 아니겠나?

 

이번 코로나사태로 참 잘된 일 중 하나가 사람들의 위생관념이 진화했다는 것이다. 그전에는 허공에 기침을 하거나, 감기에 걸려도 마스크를 끼지 않거나, 손도 잘 안씻거나, 일회용품을 죄악시하거나, 손수건을 갖고 다니지 않거나 하는 관념의 문제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기회로 사람들이 그 문제에 눈을 뜨기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가 아니라 의료인들이 병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도. 이번에 의료인들을 가까이서 보면서 느낀 거지만, 종종 존경스럽다. 세브란스에서 내가 본 의사, 특히 간호사들은 죽으면 사리가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물론 잘 훈련된 고급인력들이기 때문이지만, 나라면 환자들의 응석을 참아내기 정말 어려웠을 것 같다.

 

우리 한번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겨울에 국민들 중에 몇 명이나 마스크끼고 돌아다녔는지. 1%나 되겠나? 생산공장들은 전년과 당연히 똑같이 마스크를 생산하고, 계약된 곳에 똑같이 납품하고 있었을 텐데 이번에 갑자기 마스크 수요가 폭증했다. 그것도 전국민이 매일매일 마스크를 착용하는 바람에 수십 수백배로 폭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공급량이 부족하지 않을 수 있겠나? (입국금지 안한 건 논외로 하자. 그건 이미 벌어진 일이니까)

 

 

이때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물론 상승한다. 그러면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마스크 공장이 잔업도하고 철야도 해가면서 물량을 맞추게 돼 있다. 만약에 그래도 부족하잖아? 그럼 전세계에 있는 마스크 공장이 한국의 오른 가격 보고 마스크 생산하기 시작한다니까? 평소보다 몇배로 팔 수 있는데 그걸 생산 안하고 버티겠냐고.

 

그러면 다시 한국에 마스크가 쏟아지겠지? 이게 조금만 지나면 희한한 일이 벌어진다. 수출항에 가면 마스크가 굴러다녀. 거기 지게차 타는 아저씨들이 머리에도 쓰고 무릎에도 차고 뭐 온 데 채인다니까. 마스크가 갑자기 미친듯이 들어오는데 가격이 떨어지니까 수입업자들이 물건을 그냥 안갖고 가는 거야.

 

그때 되면 마스크 이제 전국에서 공짜로 뿌리겠지. 뭐 판촉물로 마스크 돌아다니고 그럴 거야. 그게 가격통제만 안하면 수일 내로 벌어지는 일이라니까. 이런 경우를 정말 수도 없이 본다. 궁금하면 수출항 가봐, 거기 수입업자들이 버리고 간 물건들 맨날 발에 채이니까.

 

조금 고차원적인 얘기 하자. 우리가 언어를 통해서 서로 의사소통을 하잖아. 그런데 그 언어의 잘잘못을 누가 결정하고 심판해주는 사람이 있어? 없어. 서로 얘기하면서 저절로 교정이 돼. 이래라 저래라 하는 사람 없어도 완벽하게 된다고. 근데 그거보다 더 완벽하고 추상적인 게 ‘가격’이야.

 

시장에서 만들어지는 가격은 언어보다 더 고차원적으로 추상화된 개념이야. 언어는 수십 수백개로 쪼개지잖아, 가격은 그런 게 없어. 각 국에 쪼개진 가격들이 다시 하나의 가격으로 재통합돼. 그래서 가격은 모든 각각의 사람들의 수요와 공급이 ‘완벽’하게 반영된 결과야. 이건 언어처럼 그냥 완벽한 시스템이야. 언어는 불규칙명사 이딴 게 사람 종종 힘들게 하는데, 가격은 그런 것도 없어. 진짜 끝내준다니까.

 

도로에 완벽한 신호등이 있다고 봐, 내 앞에 빨간불이 있다고 그게 맘에 안든다고 그냥 가면 사고나겠지? 그럼 도로 엉망이 되겠지? 다른 차도 못가고 나도 못가고, 너두?나두? 야나두~하면서 엉망진창 되겠지? 그래서 내버려 두라는거야. 그 신호체계는 완벽하니까. 나는 그냥 따라가기만 하면 돼. 내가 갈 길 찾아서 그냥 잘 가기만 하면, 나머지는 신호등이 알아서 해준다구.

 

제발 시장에 ‘일해라 절해라’ 하지마. 내가 아는 최고 꼰대는 그거야. 냅둬 제발. 아주 라떼는 지겨워. 너때는 그래 정부가 다 공급해줬겠지. 이제 아니라고. 무슨 소비에트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짝짜꿍하는 소리 하고 있어. 요새는 소비에트도 자본주의 한다. 그렇게 된 지 몇십년 됐어.

 

요새는 초딩들도 명품 직구하는 세상이야. 시장을 이해해야 세련되어져. 촌스럽게 그러지 마. 촌에 산다고 촌스러운 게 아니야. 이런 게 촌스러운 거야.

 

이제 진화할 때 됐어. 성인이잖아.
성인이 알아야할 건 알아야지.

(글 : 손경모)     [출처 : 제3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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