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전날 2020년 1분기 실적 발표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영향은 1990년대 후반 IT 버블 붕괴나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에 비해 '여유가 있다'고 낙관했다.
손 회장은 "과거 IT 버블붕괴 직후는 정말 도산하기 직전, 벼랑 끝에서 떨어질 것 같은 상황에서 손가락 2개로 지탱하고 있었던 느낌이었고 리먼 사태는 팔 하나로 받치고 있었던 느낌이었다"며 "지금은 물론 세계적 위기지만 자금 조달과 자산 현금화가 가능하다. 여유롭게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이날 소프트뱅크는 올해 1~3월 적자가 1조4381억엔(약 1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작년 1~3월 적자는 1271억엔이었다. 적자규모는 작년 동기대비 11배로 늘었다. 이 같은 대규모 적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운용액 10조엔인 '비전펀드'의 손실이 약 1조9000억엔에 달하면서 발생했다.
손 회장은 비전펀드의 연이은 투자 실패에 대해 "지난해 말부터 닛케이와 미국 다우지수가 크게 하락했다"면서 "그런데도 비전펀드는 8조8000억엔(약 100조4775억원)을 투자해 1% 미만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것을 실패라고 할 수 있을지는 각자의 생각에 달렸다. 나는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위워크 투자실패 인정
손 회장은 투자 성과는 장기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88개 유니콘(신생) 기업들에 대해서도 "이 중 15개는 망하겠지만 15개는 코로나19 위기를 넘은 뒤 크게 성공할 것이고, 나머지 60개 정도는 그럭저럭 갈 것"이라면서 "이들이 설령 도산해도 비교적 작은 규모라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10년 정도를 두고 보면 아직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손 회장은 다만 110억달러를 투자한 미국 사무실공유업체 위워크에 대해선 실패를 인정했다. 손 회장은 "바보였다"며 "위워크 투자 실패에 대해선 여러 차례 인정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결국 이달 초 소프트뱅크는 30억달러 규모의 위워크 지분 공개매입 계획을 철회했다. 그는 "도산하는 회사를 구제하기 위해 새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아직 하지 않겠다"면서 "앞으로도 투자를 계속하겠지만 시끄럽게 갈 상황은 아니다. 조심스럽게 투자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