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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원 칼럼

안데르센 추모공원의 단상 "오늘 아침은 더 일찍 뽀로로 음악을 틀어주어야겠다."

<송길원의 요즘생각> 어떤 죽음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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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죽을 때 세상은 울어도 너는 기뻐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라”

보일러가 작동을 않는다. 며칠째 추운 밤을 보내고 있다. 보일러 탓만은 아니었다.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들어온 죽음이 나를 아프고 춥게 했다. 어린생명의 죽음은 그 어떤 죽음보다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사연의 궁금증보다 너무 어린 날 스러진 목숨이 나를 슬프게 했다.

 

 

수목장을 운영하며 숱한 죽음과 추모의 장면을 지켜보던 내게 이번 죽음은 좀 달랐다.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들었다. 어떤 이는 손에 꽃을 들었고 어떤 이는 아이를 위해 손편지를 썼다. 인형이 매달렸고 아이가 좋아할 과자를 갖다 놓았다. 어두운 밤을 밝혀주고파 작은 태양광 등을 설치하기도 했다.

 

어떤 젊은 아빠는 연차를 내고 찾아왔다. 죽은 아이와 어떤 인연도 없었다. 그냥 그 죽음이 안타깝고 슬퍼서라고 했다. 그는 내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또 다시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찾아오겠다며 떠났다. 가벼운 인사만 하고 가는 게 아니었다. 모두들 오래오래 머물렀다. 캐릭터 비석을 어루만지기도 하고 차가운 잔디밭의 디딤석에 주저앉아 깊은 묵상에 잠기기도 했다. 모두들 무릎을 꿇고 있었다. 지켜주지 못한 참회의 몸짓이었다.

 

 

나도 함께 하고파 무릎을 꿇었다. 비로소 세상이 참 따뜻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아름다운 추모의 발길을 누가 이끈 것일까? 나는 안다. 뜨거운 가슴이 시킨 일인 것을. 덕분에 보일러 보다 뜨거운 가슴을 얻었으니 이번 겨울이 그닥 춥지는 않겠다. 더이상 고장 난 보일러도 원망 않기로 했다. 나보다 먼저 떠난 아이가 아메리카 인디언 나바호족의 지혜를 깨우치고 있었다.

 

“네가 세상에 태어날 때 넌 울었지만 세상은 기뻐했으니, 네가 죽을 때 세상은 울어도 너는 기뻐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라”

 

오늘 아침은 더 일찍 뽀로로 음악을 틀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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