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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인

국내 첫 영리병원 허가, 거센 후폭풍

16년만에 외국인만 진료하는 '반쪽허가, 찬반양론 대치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 내년 제주도에서 문을 연다. 2002년 김대중 정부에서 영리병원 설립을 검토한 이후 16년 만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귀포시 토평동에 조성된 헬스케어타운에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녹지제주유한회사)가 건립한 외국 의료기관인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관련 법에선 진료 대상을 명시하고 있지 않지만, 녹지국제병원의 진료 대상은 '외국인 의료 관광객'으로 한정됐다. 정부와 여당이 사실상 "더 이상 영리병원 승인·허가는 없다"는 입장이라 전체 의료 서비스 산업 차원에선 '반쪽짜리'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는 투자자인 중국 녹지(綠地)그룹이 2015년 12월 정부 승인을 받은 뒤 3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지난 10월 '녹지국제병원 공론화조사위'에선 녹지국제병원 개설에 반대하는 의견이 58.9%로 더 많았고 원희룡 지사도 "도민 의견을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다 다시 입장을 바꾼 것이다. 경제 살리기와 관광산업 재도약, 외국 투자자에 대한 행정의 신뢰성 등을 고려했다는 것이 제주도의 설명이다. 토평동 헬스케어타운 2만8163㎡ 부지에 들어선 녹지국제병원은 이르면 내년 초 성형외과, 피부과, 가정의학과, 내과(건강검진) 등 4개과로 진료를 시작할 예정이다. 병원의 투자 금액은 778억원이다.

 


 

"영리병원 더 이상은 없다"

 

현행법상 영리법원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승인·허가가 있어야 한다. 영리병원을 세울 수 있는 지역도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으로 한정돼 있다. 제주도 녹지병원은 지난 정부 때인 2015년 보건복지부가 사업 계획을 승인했다. 현 정부로선 반대 입장이라도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지난해 대선 때부터 '의료 영리화 반대'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복지부는 "더 이상 국내에 영리병원을 승인해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영리병원이 생기면 재벌과 대형 병원 등의 '좋은 투자처'로 전락할 수 있다"며 "환자를 잘 치료하기보다는 고가 진료를 유도해 단기 수익을 올리는 데만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여당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영리병원이 많아지면 건강보험 중심의 현행 의료 체계가 흔들리고,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보건의료노조와 의사협회 등도 이 같은 논리 등으로 영리병원 설립에 반대하고 있다.

 


산업계,  "의료산업 성장 이끌 것"


반면 산업계 등에서는 "영리병원 허가가 의료산업 경쟁력을 키우고 고용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며 규제를 풀라고 주장한다. 미국, 독일, 싱가포르 등 주요국은 민간 영리병원을 허용해 의료산업 발전, 경제 활성화 등을 꾀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병원'이 가능해져 해외 환자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14년 "산업 발전으로 2020년 기준 62조4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37만4000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기존 병원들이 모두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상황에서 영리병원 몇 곳 생긴다고 건강보험 체계가 무너지고 의료비가 치솟을 것이라는 주장은 '괴담'"이라고 영리병원 찬성론자는 주장한다. 오히려 병원 간 경쟁이 의료 서비스 질 향상,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영리병원 설립은 환자에겐 더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고 이를 통해 첨단 의료 기기·기술의 개발 및 도입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료 서비스 발전을 통한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제주 영리병원 개원 허가 규탄 성명

 

-녹지국제병원, 국내 첫 영리병원 개원허가 규탄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문재인 정부는 즉각 녹지국제 영리병원 철회하라
-영리병원 허가 철회만이 의료공공성 파괴 막는 유일한 해법
-녹지국제병원은 십 수 년을 온 국민이 막아온 의료 영리화의 대표적인 상징

우리나라 첫 영리병원 허가한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문재인 정부에 역사적 책임 있어 원희룡 제주도특별자치도지사가 기어코 한국의 영토에 돈벌이를 위한 병원 개원허가를 내주고야 말았다. 원희룡 지사는 숙의민주주의형 공론조사 결과를 존중하여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결정하겠다며 만천하에 공언한 약속마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바닥에 내팽개치고야 말았다. 최소한의 민주적 장치와 절차마저 무참히 짓밟은 폭거이다.

 

녹지국제병원 설립은 그 자체로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참변으로 우리 보건의료노조(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나순자)와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십 수 년을 넘게 영리병원 도입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개원허가를 막아왔다. 제주 녹지국제 영리병원은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의 체계를 벗어남으로 인해 과잉진료, 비급여 진료 증가, 의료상업화, 의료비 폭등, 의료양극화, 의료공공성 파괴, 국민건강보험 붕괴의 단초를 제공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오늘 녹지국제병원 개원허가 기자회견에서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 허용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제주특별법(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등에서 명시적으로 외국인대상 병원으로 특정하고 있지 않아 향후 내국인 진료관련 행정소송 등의 우려가 충분하다. 또한 한번 열린 내국인 카지노 요구가 때가되면 다시 번지는 것처럼 앞으로 제주 영리병원에서 영감을 얻어 전국의 경제자유구역과 혁신도시에서 같은 방식의 영리병원을 설립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끊임없이 시도될 것임이 명약관화하다. 결국 이 같은 시도들은 의료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절대적인 우리 국민의 의사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처참하게 짓밟은 데서 비롯될 것이다. 시민과 도민의 의사가 어떠하든, 국민의 의사가 어떠하든 각 지자체 수장들은 자신의 권한과 의지만으로 의료 영리화를 추구할 수도 있다는 단초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공하였다.

영리병원 허용반대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공약사항이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정부 부처는 제주 녹지국제 영리병원을 막아서기 위한 어떠한 움직임도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 여당에 의한 규제개악법 통과에 이어 신임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청문회를 통해 의료영역을 포함한 규제완화에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우리 보건의료노조는 결국 원희룡 제주도의 영리병원 개원허가가 이 같은 움직임과 결코 무관치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정권들에서 불거져 온 영리병원 문제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십 수 년 간 온 국민이 반대해온 영리병원 개원에 대한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통령의 공약으로 영리병원을 허가치 아니 하겠다 했다. 결국 개원에 대한 최종적인 승인과 허가는 문재인 정부,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정치적 결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 졌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그간 의료의 영리화를 반대하고 영리병원을 막아서온 우리 국민들의 묻고자 하는 책임 역시 온전히 문재인 정부와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우리 보건의료노조는 오늘 우리나라 최초의 영리병원 개원허가를 공공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확인한다. 오늘부터 우리는 각 노동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문재인 정부와 원희룡 제주도지사에게 당장 녹지국제 영리병원의 철회와 폐원을 요구하는 투쟁에 돌입할 것을 분명히 알린다. 문재인 정부와 원희룡 도지사는 제주 녹지국제병원 승인과 허가를 당장 철회하라! 그것만이 의료의 공공성 파괴를 성찰하고 오늘의 결정에 온전히 책임을 지는 유일무이한 방법이다.

 

2018년 12월 5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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