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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이슈

강사 죽이는 강사법, 비정규직법의 데자뷰

내가 만나본 교수님들 가운데서는 이번 강사법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물론 많은 분을 만나서 얘기를 들은 것은 아니다. 헤아려 보니 다섯 분에게서 이런저런 형식으로 이 문제에 대해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샘플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대충의 분위기는 읽을 수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시간강사 하시는 분들은 만나보지 못해 의견을 직접 듣지는 못했다. 교수님들도 자신이 시간강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 점을 의식한 때문인지 발언을 조심스러워 했다. 자신이 시간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반대하는 것처럼 비춰질까 두려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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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의견의 기조는 대부분 분명했다. 이 법이 시간강사들에게 재앙이라는 것이었다. 정부가 예산을 늘리면 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글쎄, 그렇게 하면 해결되겠지요. 하지만…” 이 ‘하지만’에 이어지는 내용이 핵심이겠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말씀들을 아꼈다. 정부가 예산 늘리면 그깟 3천억 원쯤이야 못 만들까? 무한권력을 보장해주는 촛불을 등에 업은 문재인 정권의 뜻만 있다면 손바닥 뒤집듯 쉬울 것이다. 하지만… 

주한미군 주둔비용 협상에서 사실상 예산 1천억 원 정도 늘리는 문제가 걸려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판국이다. 그런데 대학 강사비 지급하는 예산 3천억 원 늘리는 게 그리 만만할까?

 

누구나 자기 입장에서 보면 정부가 지원하는 예산이 푼돈에 불과하다. 그깟 돈 몇푼이나 된다고 정부가 그렇게 쩨쩨하게 구느냐고 말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손 벌리는 사람들 숫자가 몇백만 몇천만이 되면 문제는 ‘돈 몇푼’으로 그치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 세금 내는 건 죽도록 싫어하고, 손 벌리는 것에는 익숙하다. 공짜 심리야말로 한국 사람들의 가장 근원적인 가치관이자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다. 3천억 원 늘려서 문제가 깨끗하게 해결될 것 같지도 않다. 정부가 일단 개입하면 그 다음부터는 누구도 그 일의 진행에 제동을 걸기 어렵게 된다. 우리가 이 나라 역사 수십년에 걸쳐 확인하고 확인하고 수십 수백 수천번에 걸쳐 확인한 사실이다.

 

정부가 시간강사 지원을 예산으로 감당하게 되면 그 일은 이제 국가의 공식 의제가 된다. 누구도 태클을 걸 수 없다. 한번 시작했으니 그 명분에 누구도 대항할 수 없다. 4대보험 적용부터 온갖 정규직 보장 장치가 시간강사들에게도 도입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럼 좋은 것 아니냐고? 

올해 신입생부터 대학 정원보다 전체 해당 연도 출생자 그러니까 2000년도 출생자 숫자가 더 적어졌다고 한다. 그해 대학에 입학할 청년들을 모두 모아도 현재의 대학 정원을 채울 수 없다는 의미이다. 이제 대학 구조조정은 누구의 의지로도 막을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대학들 입장에서는 시간강사뿐만 아니라 정규직 교수들도 줄여가야 할 형편이다. 그런 판에 저런 철벽 규제가 또하나 등장했다.

 

이번 법은 최대한 좋은 결과라고 해도 노무현정권 당시 선의로 만들었다가 최악의 결과로 귀결된 비정규직법의 재판이 될 것이다. 그 법이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영원히 비정규직으로 묶어두는 최악의 결과를 만들었다는 것은 심지어 그 법을 만든 사람들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상당수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뽑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번 뽑아놓으면 내보낼 수가 없으니, 정말 고르고 고른 핵심 인력 아니면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문제는 그 비정규직이 담당하는 업무라고 해서 기업에서 불필요한 업무는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비정규직 인력으로는 핵심 노하우가 키워지지도, 전달되지도 않는다.

 

이번 강사법도 마찬가지다. 비정규직법 그 악몽의 데자뷰다. 학문 후속세대의 학계 및 연구분야 진입이 원천 봉쇄될 가능성이 크다. 시간강사는 영원히 시간강사로 묶어두는 악순환의 구조를 낳게 될 것 같다. 사실, 그 정도로만 그쳐도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이 나라의 학문은 말 그대로 고사(枯死)할 가능성이 크다. 이 법을 추진했던 사람들은 그때 가서 뭐라고 얘기할까? 아마 자기네들은 선의로 만든 법이라고 그러겠지. 그리고 이 소중한 학문 생태계를 위해서 왜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지 않았느냐고 다른 사람들에게 삿대질하며 책임을 떠넘길지도 모른다. 사실, 거의 불문가지다.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그들이 바뀔 가능성이 있었다면 이런 법은 만들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글쓴이 : 주동식  [출처 : 제3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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