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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사회

태영호 공사 뉴욕타임스 인터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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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하고 종잡을 수 없는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무기를 포기할 의도가 없어 보인다. ‘비핵화는 김 국무위원장에게 국내와 해외에서의 입신양명과 그의 통치 정당성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라고 북한 고위급 외교관으로 대한민국에 망명한 태영호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2019.2.27)에서 밝혔다.

 

태영호 공사는 덴마크와 스웨덴 그리고 영국에서 북한 외교관으로 일한 후 2016년에 부인과 두 아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망명했다. 현재 그는 암살과 납치 대상이 되어 한국 정부의 보호 아래에서 살고 있다. 이마 아래까지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짙은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한국의 수도 서울 한복판을 걸어다닌다.

 

태영호 공사는 서양고전과 ‘더 사운드 오브 뮤직(1959년 미국 뮤지컬 영화)’과 같은 영화를 보며 보편적인 중산층 사회(bourgeois excess)에 대해 배워 나갔다. 외교관으로서 태영호는 김 국무위원장에게 환멸을 느끼게  되었으며 그의 자녀들에게 자유와 기회를 찾아주고 싶어 탈북을 선택했다. 현재 북한 엘리트들 사이에서는 그와 같은 탈북이 점점 흔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뉴욕타임즈> 중국 지국장 제인 펄레즈는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태영호 공사를 만나 대담했다. 태영호 공사는 영국 의회에서 영어로 증언하고 책을 쓸 만큼 유창한 영어를 구사했다.


김정은을 어떻게 묘사하겠는가?

그는 변덕이 심한가, 충동적인가, 버릇 없는 응석받이인가?
그는 총명하고 무자비한 남자다. 김정은 윗세대인 김일성과 김정일은 많은 사람을 숙청했어도 가족구성원을 처단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반면 김정은은 삼촌과 이복형(김정남)을 처단했다. 이런 일은 김일성 일가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김정은은 왜 국방위원회를 감시했던 상임 사무관이자 그의 삼촌인 장성택에게 위협을 느꼈는가.
김정은은 삼촌 장성택을 매우 두려워했다. 심지어 삼촌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위협을 느꼈다. 갑작스럽게 장성택 산하의 모든 부서원이 체포됐고, 주요 책임자들은 즉각 총살당했다. 남은 수백여 명의 부서원은 평양에서 먼 시골 지역으로 쫓겨났다. 이 모든 일들은 불과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벌어졌다.

 

김정은은 핵폐기를 진지하게 생각하는가. 아니면 단순 허영심에서 혹은 정치적 정당성을 유인할 수단으로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려는 것인가?
김정은이 일단 그의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정상을 만나는 것으로 이해한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주요 목표는 첫째, 시간을 벌고 둘째, 대북제재 완화를 이루어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핵 강대국 지위를 원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위협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쪽은 어딘가.
김정은은 자신의 독재정권이 지속되길 바란다. 북한사회를 통제하려면 북한이 남한을 두려워하게 만들면 된다. 대한민국의 존재 자체가 곧바로 북한체제의 위협이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론 북한을 통제하기 위해선 대한민국이 북한을 두려워하게끔 해야 한다. 김정은은 대한민국이 현재의 한국 영토에 그대로 머물기를 바란다. 그게 그의 첫번째 목표다.

 

김정은은 자신의 군사력이 대한민국과 균형을 맞추길 원한다. 그러나 자신의 군대가 현대식 탱크와 총 등 장비를 구입할 국방비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과의 국방력 차이가 커질 것을 직감했고 이에 핵무기를 개발함으로써 대한민국과의 국방력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 것이다.

 

그렇다면 핵무기는 군사적 측면에서 중요할 뿐 아니라 사회 결속을 위한 정치적 도구로도 이용 가능한 것인가?
그렇다. 김정은은 북한을 하나로 결속시킬 도구가 필요하다. 북한의 경제는 실패했다. 북한의 복지도 실패했다. 북한 사람들은 더 이상 정부의 체제와 이념을 믿지 않는다. 이러한 직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김정은은 반드시 핵무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북한신문은 북한이 매우 가난한 상황이라고 교육한다. 그 까닭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엄청난 돈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데, 그 핵무기 개발 때문에 북한이 전 세계 강대국 중 하나가 됐다고 가르친다. 이것이야말로 경제적 실패를 정당화시킬 유일한 명분이다.

 

파키스탄과 인도는 그들의 핵무기 유지와 관련해 상당히 책임감 있게 행동했다.북한 핵무기 사례도 이들 국가처럼 유추할 수 있을까?
만약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대북제재 완화를 선사하지 않는다면 김정은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다음과 같이 천명했다. 더 이상의 핵 실험은 없을 것이고, 핵무기 생산과 확산도 없을 것이라고.

 

그러나 그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분명 그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겠다는 신호를 보낼 것이다. 새로운 방법은 무엇이 될까? 김정은은 생존을 위해 어쩌면 핵기술을 팔 수도 있다. 누가 북한의 핵기술을 구매할까? 잠재 구매자는 많다. 이란이라고 해보자. 이란은 국제감시를 매우 심하게 받는 상황이다. 정말 어렵다.

 

이란이 핵물질을 생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이란에게는 핵무기를 살 돈이 있다. 만약 북한이 이란과 핵무기 혹은 핵물질과 관련하여 모종의 거래를 한다고 가정한다면, 누가 이런 거래를 포착할 수 있겠는가?

 

김정은은 핵기술을 판 돈으로 무엇을 할까?

그가 굶주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돈을 사용할까? 아마도 김정은은 경제발전과 주민생활개선을 위해 일부 사용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핵무기 성능 개선에 쏟아부을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은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그의 통치 기한이 영향을 받으리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김정은은 현재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한다. 아마도 그는 북한 주민들에게 자신이야말로 국내문제를 해결할 유능한 지도자임을 어필하고 싶을 것이다.

 

만약 김정은의 통치권에 한계가 자명하다면, 그의 통치권력을 전복하는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나?
쿠데타는 불가능하다. 김정은은 구조적으로 주변 지도자들을 감시하는 매우 정교한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지위가 높은 고위 공무원일수록 같은 아파트에 살아야 한다. 그들은 거주 선택의 자유가 없어 집단 생활을 한다. 사적시간이 거의 보장되지 않는 북한의 통제사회 정도는 상상 이상이다.

 

북한 엘리트들은 미국의 대북제재를 함께 받고 있다. 그들은 애간장이 녹듯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제재 완화 합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북한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변할 것이며 이에 따른 그들의 감정은 어떠할까?

북한 엘리트들과 북한 사회체제는 지금 이 순간 딜레마에 빠졌다. 북한은 변화하고 있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체제 개념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제 북한 주민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북한에서의 삶을 해결하길 원한다. 그들은 단순 지도자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김정은을 없애야 한다는 말을 들어 본 적 있는가?

북한에서 나는 배우자에게도 그런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무시무시한 말은 들어본 적 없다. 보통의 북한 사람들은 침묵을 지킨다. 이런 기분은 북한에 살아봐야만 알 수 있다. (번역 :  장호두) [출처 : 제3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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