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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사회

트럼프-김정은 회동에서 읽어야 할 것들

 

1. 물론, 가장 큰 승리자는 트럼프다. 트럼프는 자신이 김정은 같은 폭군도 온순한 양으로 길들일 능

력이 있다는 것을 전세계에 과시했다. 재선을 하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명분 또한 충분히 축적했다. 사실 트럼프는 미국 내에서 재선을 완벽하게 보장받은 상황이 아니다. (바이든이 민주당 후보로 나온다는 가정하에) 여론조사를 해보면 트럼프가 약간 뒤쳐지는 것으로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DMZ 쇼를 진행함으로써 미국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한반도 및 대중 안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확실한 눈도장을 찍게 되었다. 더불어 한반도 전체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분명히 못박았다. 한국 기업인들을 만나 투자유치 회담을 나눈 건 보너스다(삼성과 만남은 맥락이 좀 다름).

 
2. 김정은 역시 나름의 이익을 챙겼다. 일단, 북한에서는 명분이 최우선이다. 특별히 ‘최고존엄’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실패할 수 없는 완전한 존재라는 인식이 북한 체제를 지탱하고 있다. 그런데 베트남에서 트럼프에게 엄청난 수모를 당했던 김정은 아닌가. 체면이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반면 이번 회담을 통해 김정은은 내부적 프로파간다를 다시 극대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 “미제”의 지도자가 김정은의 “초청”으로 북한땅에 발을 디뎠다는 사실 그 하나만으로도 북한 내에서 김정은의 위상은 하늘을 찌르게 되었다 — 물론 실제로는 “초청”을 넘어서서, 김정은이 트럼프를 “불러왔다”, 또는 “호출했다” 정도로 뻥카를 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3. 아베 역시 이번 회담의 숨은 승리자다. 문재인이 북한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안달이 나 있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안보적 결단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이때에, 한미관계가 파탄 지경에 이른 틈을 타, 일본의 아베는 그 누구보다 기민하게 자국의 안보/경제적 이익을 챙겨내고 있다. 얄미울 정도다.

 

트럼프-김정은 판문점 회담이 있은 직후 일본 정부는 주요 반도체 소재 3개에 대한 한국 수출을 규제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한미관계에 균열이 생긴 상황에서 일본은 군사/안보/경제적으로 전례 없는 이득을 챙겨내고 있다. 이쯤되면, 문재인만큼 “친일”적인 대통령도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역대 그 누구보다 일본의 이익을 보장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의도와 결과가 항상 일치하는 건 아니다.

 

4. 습근평은 제대로 물 먹었다. 현재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 가운데 유일한 균열은 한반도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반도를 제외하면 중국과 국경을 맞댄 대부분의 나라는 이미 친미국가로 돌아선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습근평은 방북을 통해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주도권을 확인하길 원했을 것이다. 동시에 대만, 홍콩 등을 통해 이뤄지는 미국의 대중 압박을 극복할 수 있는 레버리지를 만들고 싶어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습근평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보유했던 “대북 주도권”을 트럼프는 김정은과 반나절 “마실”을 통해 되찾아왔다. 그것도 공식적으론 한국 방문 중에 말이다. 습근평 입장에서는 얼마나 분할까. 아마, 추측컨대, 화풀이는 언제나 충성스러운(?) 문재인에게 하지 않을까 싶다. 까칠한 김정은과는 달리, 만만한 게 문재인이니깐.

 

5. 문재인은 여전히 호구노릇을 했다. 유일한 이점이라고 한다면 한국에서 자신의 지지율을 높인 것. 하지만 국제정치적으로 보면, 그리고 한 나라의 통수권자로서 문재인을 평가한다면, 한마디로 쓰레기라는 말도 그에게 과분하다. 5천만의 목숨을 담보로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저울질하는 사람을 어찌 좋게 평가할 수 있을까. 사실 문재인은 친북 뿐만 아니라 그의 친중 행보가 더 큰 문제다. 문재인은 집권 후 지금까지 언제나 습근평의 이익이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행동해 왔다. 나는 이 부분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6. 결국 한반도 정세에 있어 최종 결정권자는 미국의 트럼프다(트럼프의 미국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번 트럼프-김정은 회담에서도 그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굳이 거칠게 표현해보자면, 한반도를 둘러싼 플레이어들이 보유한 영향력의 지분은 10을 기준으로 트럼프, 습근평, 김정은, 아베가 각각 5, 2.5, 1.5, 1, 정도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문재인의 영향력은 전무하다.

 

7. 그렇다면 트럼프의 의중은 무엇일까? 미국은 한반도에 대해 어떤 안보/전략적 방향을 구상하고 있을까? 나는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전략이 모호하다고 느껴질 때마다 트럼프가 2017년 11월 한국 국회에서 했던 연설과 2018년 1월 State of the Union에서 했던 연설문을 읽어본다(시간이 나시는 분들은 꼭 일독을 권합니다).

 

그 두 연설에서 트럼프는 김정은의 북한을 “지상지옥”으로 묘사하면서 노예처럼 살고 있는 북한인민들도 하루빨리 자유를 보장받길 희망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나는 이것이 ‘트럼프 독트린’이라고 생각한다. 북한 문제를 레버리지 삼아 중국의 패권을 저지하는 것이 골자다.

그리고 미국 같은 나라에서 대통령의 독트린이라고 하는 건, 웬만해서 쉽게 바뀌지 않는다. 단적인 예로 문재인의 ‘친중애북’ 독트린을 보라. 아무리 비판을 받아도, 그게 바뀌는가? 트럼프 역시 마찬가지다. 설왕설래 말이 많지만 대북제재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굳건히 작동 중이다. (하략) (글:  Jonathan Lee) [출처: 제3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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