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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설치 허가해놓고 25년후 철거명령 부당” 판결

지자체의 경계측량 결과를 믿고 설치한 수백여개의 묘지가 자연공원 구역을 무단 점유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되더라도 이를 철거하는 행정처분을 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신뢰보호원칙’을 근거로 들었다.

 

울산지법 행정1부(부장판사 강경숙)는 재단법인 A묘원이 울주군을 상대로 제기한 ‘불법시설물 자진철거명령 및 계획서제출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A묘원 측의 청구를 받아들여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울주군 삼동면 조일리 일대에 공원묘지를 설치·관리하는 A묘원은 1992년 울주군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묘지와 도로, 수로 등 묘역 10만793㎡를 추가 설치한 뒤 1993년 6월 28일 준공수리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25년이 흐른 지난해 10월 22일 울주군은 A묘원에 불법시설물을 자진철거하라고 명령했다. 당시 A묘원이 설치한 묘지 239기와 도로·수로 680m가 가지산도립공원구역에 위치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울주군은 자연공원법에 따른 행정처분이라며 같은해 11월 10일까지 시설물 철거계획서를 제출하라고도 통지했다.

 

이에 A묘원은 당시 준공수리 과정에서 울주군의 경계측량 결과를 믿고 설치한 묘지와 도로, 수로를 철거하라는 것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분뇨 239기는 이미 일반에 분양돼 망인이 매장돼 있는데, 이를 철거하는 것은 유족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약 30억원 상당의 분양대금을 반환해야 하는 경제적 손실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면서 “수로를 철거하면 하부 1만5,000개의 묘지 봉분이 물에 휩쓸려 유실될 가능성이 높고, 도로를 철거하면 교통의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A묘원 대표의 아들이 문제가 되는 부지를 모두 매입해 토지에 대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 점도 덧붙여 행정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A묘원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고는 1993년 원고에게 준공수리 통보를 하면서 묘지와 도로, 수로가 인접한 자연공원 구역의 토지 경계를 침범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줬고, 이는 공적인 견해표명으로 볼 수 있다”면서 “원고는 이를 정당하게 신뢰하고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들여 묘역 등을 설치했는데, 이를 철거하라는 처분은 원고의 재산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원고에 대해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어 “묘지와 도로 등을 철거하는 것은 원고는 물론, 묘지를 분양받은 이들의 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고, 오래 전에 매장된 조상의 분묘를 갑작스럽게 굴이해야 한다면, 큰 정신적 고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러 사정을 감안했을 때, 처분에 따른 공익상 필요보다 처분에 따른 원고 등이 입을 불이익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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