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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사회

[성탄절생각] 정의는 어디에 있습니까 ? 

나보다 약자인 사람을 도구로 보는 위선들  -김소연(대전 시의원)

(중략)

가끔은 너무 마음이 아파 최후 변론을 마치고, 마지막 진술을 하며 우는 피고인들 옆에서 눈물을 흘리고 온 날도 있었습니다. 변호사를 할 때도, 그리고 정치를 하는 지금도 저를 끌고 가는 힘은 분노와 공감과 연민입니다.

 

변호사 시절에도 너무 공감을 잘하고 사건에 몰입을 심하게 해서 선배 변호사들에게 지적을 받은 적이 많았습니다. 억울하신 분들이나 그 가족들을 보면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드렸습니다. 밤에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게, 기록을 읽고 또 읽으며 사실관계를 정리하느라고 그랬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부조리를 보면 분노가 치밀고, 그 속에서 약자라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약자임을 활용할 줄도 모를 만큼 순박하고 어려운 분들을 더 괴롭히고 이용하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나서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가끔 사회적 약자 당사자들을 만나서 면담이라도 한 날이면, 며칠 아니 몇 달 간 마음이 계속 안 좋습니다.

 

한울 야학의 장애학생들과 활동지원인들을 만났을 때도 그랬습니다. 여러 차례 면담을 하고 또 선생님들 이야기와 각종 증거를 보면서, 한울야학 운영자들은 도대체 왜 이 모양인가 너무 화가 났습니다. 장애를 활용 아니 악용하는 상급자들은 도대체 왜 이 따위인가, 왜 이렇게 밖에 못 사는가 이해하려고 수차례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화가 납니다. 그게 그들의 삶이려니 하고 넘어가기에는 그들의 가증스런 위선과 나보다 더 약자인 사람들을 도구로 보는 그 태도가 울컥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 위선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중략)

아래 메일 일부를 공유드리며, 오늘도 저는 시의원으로서의 제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의원님, 방금 집에 들어 왔네요. 죄송합니다. 술기운이에요….

 

중학교 1학년 때인 듯합니다. 동네 교회에서 오후에 기도를 드리고 나오는데 버스 내리는 곳에서 그 할머니 댁까지 거리가 1.5키로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할머니는 옆 동네 살았는데, 머리가 백발이었고, 정신에 문제가 있어서 동네 아이들이 할머니께 돌도 던지고 동네 사람들도 그 할머니를 돌봐주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제가 멀리서 그 할머니를 보았을 때, 면에서 정부미 한 포대를 배급 받고서 교회 앞까지 수십 번 쉬었다가 들고 왔을 것이고, 20~30미터 쌀 포대를 들고 쉬었다가 또 쉬었다가 이렇게 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마음이 여린 저는 그 할머니 때문에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할머니 댁까지 쌀 포대를 가져다 드린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또한 마사회에서 근무하던 시절,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마사회 외부를 청소하시는 남자 어르신이 있었네요. 그날은 눈도 엄청 왔고, 영하 15도 정도 되었던 것 같았습니다. 마사회 내부에 있는 관람대 앞 눈을 치우고 따뜻한 자판기에 커피를 마시고 싶었나 봅니다.

 

그런데 그분은 자판기 사용 방법을 모르셨습니다. 손은 꽁꽁 얼었고, 그 모습이 너무나 안스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분은 글자를 읽지 못했던 분이었습니다. 그때 커피를 뽑아 드리고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요.

 

우리 사회에서 “억” 소리도 못하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현실을 저는 너무나 많이 보았습니다. 저 또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사람을 응대하다 보니 수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당하고 살아왔습니다. 오히려 그게 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등학교 졸업장이 전부인 농사꾼인 아버지는 항상 자식들에게 식사 때마다 이런 말씀을 하셨네요.

 

“너그들은 살면서 조금씩 손해 보고 살아라. 그것이 편한 거여!”

 

저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알면서도 속아주고, 또 경제적으로 손해도 보는 줄 알면서도 그렇게 살아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난한 사람입니다. 마음도 가난하고 경제적으로도 가난하고요.

 

이름 모를 수많은 사람들이 몰라서, 어리석어서, 가난해서, 지적능력이 부족해서 강자에게 당하고 살면서 숨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죽어 나가는 일들이 오늘도 수없이 일어나는 우리 사회가 때론 비정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봤습니다.

 

김소연 의원님.

김소연 변호사님.

 

숨소리 한번 내지 못하는 정말 힘없는 사람들, 우리 사회가 외면하고 모른 척하고 넘어가는 나약한 사람들을 위한 변호사, 정치인이 되어 주세요. 그런 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분이 김소연 의원님입니다. 나만을 생각하기보다 우리같이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인간적인 김소연이 되어 주시기를 바라면서 술주정을 해봅니다.

 

죄송합니다.                                                          

 

(글 : 김소연 대전시의원) 

 

[출처 : 제3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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