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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제 사회

어느 통합당 후보의 호남 출마선언문 -주동식

“지역문제 해결하자” 주장하면 지역주의자 되는 불합리. ‘호남지역주의자’라는 딱지 붙여줘
한풀이 차원 고위직과 지역 예산 꿀물에 취한 호남이 냉혹한 역사적 평가를 피할 수 있을까
호남이 건국과 산업화 등 보수의 정치적 자산을 외면한다면 자신의 발등을 찍는 일이 될 것

 
1985년 2월 혹독하게 춥던 어느 겨울날. 대학 졸업을 열흘 가량 앞두고 서울 돈암동거리에서 광주학살 진상규명과 전두환 퇴진을 내건 가두시위를 주동하던 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35년이 지났지만, 그 기억은 퇴색하지 않습니다. 그 날 그 장소는 제가 사회 현실을 바라보는 출발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망설였고, 두려웠고,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었습니다.


1. 호남 문제의 시민권을 얻기 위하여

 

좌파 활동을 중단하고 평범한 생활인으로서 내 노동으로 정직하게 먹고살겠다던 다짐을 지키며 살아왔던 나를 다시 사회 현실로 불러낸 것은 제 고향 호남의 정치적 소외와 경제 산업적 낙후 특히 호남에 대한 광범위한 혐오 현상이었습니다.

 

그런 현실과 타협할 수 없다는 분노 때문에 저는 직장에 사표를 내고 지역평등시민연대라는 시민단체를 만들어 호남 현실 개선과 호남혐오 극복을 위한 발언에 나섰습니다. 국회와 서울대에서 토론회를 가졌던 것은 거대한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호남 문제에 ‘담론의 시민권’을 부여하려는 노력이었습니다. 지역문제를 해결하자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지역주의자가 되어버리는 불합리를 깨트리고 싶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게는 ‘호남지역주의자’ 또는 ‘호남 원리주의자’라는 딱지가 붙었습니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호남의 피와 호남의 지지에 힘입어 국회의원이 되고 사회적 명성을 얻은 정치인이나 지식인들의 호남 문제에 대한 외면과 싸늘한 적대감이었습니다. “호남은 무조건 우리를 지지하되, 호남의 목소리는 내지 마라”는 것이 그들의 요구였습니다.
 
자칭 진보 세력은 호남의 고립이라는 약점을 붙잡고 “우리마저 너희들 외면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협박을 통해 민주화 투쟁과 5.18의 피라는 호남의 상징자산을 도둑질했습니다. 호남은 자신의 집문서 땅문서를 친노친문 좌파에게 넘겨주고 그 대신 짜장면 몇 그릇 얻어먹는 꼴이었습니다. 문재인 정권 들어 짜장면이 탕수육 정도로 업그레이드됐지만 본질은 변한 것이 없습니다. 호남의 고립은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2. 호남도 변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저는 진보의 관점에서 호남을 위해 싸워왔지만, 호남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호남도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커져갔습니다. 호남의 상징이랄 수 있는 민주화의 가치가 친노친문 좌파의 도구로 변질되어 좌경화로 왜곡되는 현실이 심각하다고 봤습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호남의 반기업 반시장 반자본주의 반미반일 심지어 반대한민국 종북친중 정서에 대해 누군가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굳어졌습니다.

 

호남과 대한민국은 지금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호남은 대한민국의 건국과 산업화의 위대한 성과를 부인하고, 대한민국을 종북친중으로 끌고가는 세력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호남도 대한민국도 모두 불행해집니다.

 

우리나라 우파는 정정당당하게 호남을 비판하지 못하고 등 뒤에서 호남을 혐오하여 고립시키는 전략을 구사해왔습니다. 그게 가장 손쉽게 권력을 창출하고 연장하는 수단이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이은 우파의 처절한 몰락은 그런 정치적 무책임과 부도덕, 무능력에 따른 필연적 귀결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우파의 몰락이 곧바로 호남의 정당성을 입증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영남패권이 주도했던 우파 정권들은 독재와 인권 시비에도 불구하고 건국과 산업화 등 위대한 ‘한강의 기적’의 주역이었습니다. 반면, 호남이 지지하는 좌파 정권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요?

 

지금 대한민국 산업 전분야가 경쟁력을 잃고 경제와 고용은 바닥을 알 수 없게 추락하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만든다며 국민의 혈세를 자기 호주머니 돈처럼 몇십 조 원씩 쏟아부었지만, 3040장년층의 실업은 갈수록 늘어나고, 부가가치 생산과 거리가 먼 푼돈에 중독된 국민들의 게으름과 부도덕만 독버섯처럼 피어납니다.

 

문재인 정권은 전세계가 경탄하는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마저 중국과 북한에 헌납하고 있습니다. 대북제재를 해제해달라며 선진국들을 찾아다니며 읍소하다가 얻게 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평가 그리고 대한민국 대통령이 중공의 한반도 총독처럼 대처했던 우한폐렴 파문이 그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재인 덕분에 대한민국은 전세계가 존경하는 성공의 상징에서 북한 정권과 중국에게도 무시당하고 심부름꾼 노릇을 하는 삼류국가의 이미지로 전락하게 됐습니다.

 

문재인 정권이 영원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국민의 피땀으로 채워놓은 곳간도 곧 바닥을 드러내게 됩니다. 숨어있는 잔인한 현실이 모습을 드러낼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그때 가서 ‘영남이 발전시킨 나라를 호남이 말아먹었다’는 소리가 혹시 나오지 않겠습니까? 한풀이 차원에서 주어지는 고위직 몇 개와 지역 예산 등 꿀물에 취한 호남이 냉혹한 역사적 평가와 심판을 피할 수 있겠습니까? 

 

3. 호남이 변해야 대한민국이 살아난다

 

호남은 오랜 소외와 고립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주류가 됐습니다. 동시에 대한민국의 호남화 현상이 시작됐습니다. 시장보다 정부의 기능이 더 커지고,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노조의 목소리만 커졌습니다. 공짜심리가 확산되고 시민단체들은 정부 예산을 자기 돈처럼 여깁니다. 북한과 중국이 대한민국의 상전처럼 행동합니다. 감성팔이로 과학과 이성을 팽개칩니다.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 호남의 정치적 영향력이 있습니다. 호남패권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불편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진실은 호남패권이 대한민국의 발전을 결정적으로 가로막는 족쇄가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호남이 고향이고, 호남을 위해서 싸워온 입장에서 저는 이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누구보다도 먼저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해결을 위해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역설적인 희망은 이런 호남이 변화하면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도약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호남이 대한민국의 진정한 일원이 되면 대한민국은 세계 최정상 국가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게 됩니다. 호남도 내부의 부패와 절망을 넘어 건강한 근대 시민사회의 공동체를 완성할 수 있게 됩니다. 1세기 넘게 진통을 거듭해온 한반도의 근대화가 최종적인 완성의 단계로 나아가게 됩니다.

 

광주는 우한폐렴으로 고통받는 대구시민들을 위해 자진해서 병상을 제공하고 나섰습니다. 1980년 당시 고립의 고통과 그 극복이라는 영광의 기억을 갖고 있는 광주이기에 가능한 결단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결단이 호남의 변화를 만들어갈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됩니다.

 

대구는 우한폐렴과 싸우면서 전세계를 감동시키는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의 우한이 보여준 도시 탈출과 무질서 등 난장판 대신 차분한 절제와 질서가 돋보입니다. 명예를 중시하는 보수의 품격이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보의 도시 광주가 1980년에 겪어야 했던 고립의 고통을 보수의 도시 대구가 2020년에 겪고 있습니다. 그 고통을 먼저 겪고 극복했던 광주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이러한 연대의 노력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물꼬를 트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이번에 광주 서구에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습니다. 광주가 민주화의 가치와 함께 건국과 산업화 등 대한민국 보수 주류의 가치도 품어야 한다고 간절하게 염원하기 때문입니다. 미래통합당은 보수 주류의 맥을 이어온 정당입니다. 미운 정당이라 해서 호남이 그런 정치적 자산까지 외면한다면 그건 호남이 자신의 발등을 찍는 일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과 호남의 화해를 위해, 광주와 대구의 공감과 협력을 위해, 진보와 보수의 가치가 만나는 위대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두렵지만 결단했습니다.

 

35년 전 1985년 2월 혹독하게 춥던 어느 겨울날의 기억이 저를 이 자리에까지 이끌어왔습니다. 두렵지만 다시 한번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주일마다 드리는 예배 가운데서도 이 문제와 관련하여 저에게는 하나의 기도 제목이 조용하게 자라왔습니다. 기도 역시 성장하고 무르익어간다는 사실을 저는 이 기도 제목을 통해 확신하게 됐습니다.

 

주여, 제가 있어야 할 때와 장소를 피하지 않게 하여 주시옵소서. 제가 죽어야 할 때와 장소를 피하지 않도록 저에게 참된 지혜와 용기, 믿음을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저의 이번 결단은 이런 기도의 결과라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3월

 

광주 서구갑 미래통합당 주동식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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